맘마미아(2008) OST는 악보를 쓸 줄 몰랐다고 전해지는 두 사람, 벤뉘 안데르손과 비에른 울바에우스가 만든 아바의 곡들로 채워졌다. 그리스 스코펠로스섬에서 배우들이 직접 부른 이 노래들이, 왜 우울한 밤마다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지 짚어본다.
악보 없이 만든 곡이 반세기를 살아남았다
체계 없이 즉흥으로 완성된 노래들이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사람들 마음에 남아 있다.
그리스 섬 하나에 세 시간이 갇혀 있다
장소는 바뀌지 않는데, 노래가 장면마다 그 섬에 다른 색을 입힌다.
전문 가수 아닌 배우들이 직접 불렀다
메릴 스트립과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가 오히려 노래를 더 붙잡아둔다.
참고한 기록들
- Wikipedia, 「Mamma Mia! (2008 film)」
- Wikipedia, 「I Have a Dream (song)」
- Universal Studios Wiki, 「Mamma Mia! (soundtrack)」

낡은 카세트테이프가 놓인 그리스 섬의 창가를 그린 장면 (Google Gemini AI 생성 이미지)
악보를 못 읽던 두 사람이 만든 노래
이상한 이야기를 하나 알게 됐다. 아바의 히트곡 대부분을 작곡한 벤뉘 안데르손과 비에른 울바에우스는 악보를 쓸 줄 몰랐다고 전해진다. 곡을 종이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멤버 중 앙네타 펠트스코그 한 명뿐이었다고 한다. 악기도 즉흥적으로 다뤘고, 곡은 스튜디오에서 연주하며 완성해 나갔다. 1999년 뮤지컬 맘마미아가 만들어질 때도, 2008년 영화 사운드트랙을 녹음할 때도 이 방식이 이어졌다. 흥미롭게도 영화 음반은 벤뉘 안데르손이 직접 프로듀서를 맡았고, 아바 원곡 세션에 참여했던 연주자들 상당수가 그대로 다시 참여했다.
체계 없이 만들어진 노래들이, 반세기 가까이 사람들 마음에 남았다. 노래 가사는 원곡 그대로 쓰였는데도 어느 장면에 놓아도 어색하지 않았다. 곡 하나하나가 원래 넓은 정서를 품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 곡들을 무대에 올리기까지는 17년이 걸렸다. 영국 프로듀서 주디 크레이머는 1982년 뮤지컬 체스 작업 중 벤뉘와 비에른을 만났다. 발라드 The Winner Takes It All을 듣고 이 곡이 무대 위 한 배우의 노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지만, 두 사람을 설득하는 데만 13년이 걸렸다. 크레이머는 훗날 이 과정을 "수염 난 두 남자가 계속 안 된다고 말하는 이야기였다"고 회고했다. 마침내 1999년 런던에서 뮤지컬이 개막했고, 2008년 영화로 이어졌다.
그리스 섬 하나에 갇힌 세 시간
이야기는 그리스 스코펠로스섬 하나를 벗어나지 않는다. 실제 촬영도 2007년 8~9월 그 섬에서 진행됐다. 소피가 결혼식 전, 엄마의 일기장에서 아빠일지도 모르는 세 남자의 이름을 찾아낸다. 그 셋을 몰래 초대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장소는 바뀌지 않는데 노래가 장면마다 다른 색을 입힌다.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부르는 I Have a Dream이 그렇다. 배경과 목소리가 겹치는 순간, 이 섬이 어떤 곳인지 대사 없이도 알게 된다.
사운드트랙 편곡에는 그리스 전통 악기 부주키가 곳곳에 쓰였다. 배경이 그리스라는 사실을, 음악이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다. 영화는 2008년 개봉해 전 세계 5억 유로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렸고, 스코펠로스섬은 이후 관광객이 급증하는 효과를 누렸다.
메릴 스트립은 이 영화를 찍기 전 집 옷장 안에서 몰래 노래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자녀들이 "엄마, 스판덱스 옷은 제발 입지 마세요", "이 영화 나오면 저는 알래스카로 이사 가야 할 것 같아요"라고 놀릴 정도로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 그런 자녀들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스트립은 Super Trouper 장면에서 실제로 디스코 시대풍 파란 점프수트를 입고 노래했다. 벤뉘 안데르손은 원곡 세션에 참여했던 연주자들을 그대로 다시 불러 반주를 녹음했다. 배우들의 목소리는 새것이었지만, 그 목소리를 받치는 연주는 1970년대 그 손 그대로였다.
노트북 화면 앞에서 다시 듣는 이유
극장 갈 일이 드문 요즘, 이 영화만큼은 노트북으로 여러 번 다시 듣는다. 우울한 밤에 이 영화를 트는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노래가 원래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건 아니었는데도, 듣는 사람 각자의 밤에 맞춰 늘어난다. 완벽하게 훈련된 성악가의 목소리였다면 이런 식으로 곁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메릴 스트립과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가 오히려 노래를 더 붙잡아둔다.
자막 크기를 키우고 화면 가까이 다가앉아도, 파란 바다는 여전히 넓게 펼쳐진다. 어깨가 풀리는 순간이 있다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
이 영화는 제작비 5,200만 달러로 만들어져 전 세계 7억 달러 넘는 수익을 올렸다. 메릴 스트립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흥행한 뮤지컬 영화로 남았고, 10년 뒤인 2018년 속편 맘마미아! 여기 다시(Here We Go Again)로 이어졌다. 악보 없이 만든 노래 하나가 뮤지컬로, 영화로, 다시 속편으로 옮겨가며 40년 넘게 형태를 바꿔온 셈이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ABBA, 「I Have a Dream」)
이 영화도 추천해요
복고 가요 한 곡이 세대를 넘어 감정을 잇는 다른 방식이 궁금하다면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