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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비하인드

헤어질 결심 OST, 55년 만의 재녹음

by 핑계왕초 2026. 6. 30.

헤어질 결심(2022) OST 안개는 정훈희가 1967년 부른 데뷔곡을 55년 만에 다시 부른 버전이다. 박찬욱 감독은 재녹음을 2년간 기다렸고, 송창식을 설득하러 미사리 카페까지 직접 찾아갔다. 그 곡이 영화의 출발점이 된 과정을 살펴본다.

이봉조가 열일곱 살 정훈희에게 곡을 맡겼다

색소폰 연주자 출신 작곡가가 데뷔 무대의 여고생에게 어둡고 끈적한 곡을 통째로 맡겼다.

박찬욱이 재녹음을 2년간 기다렸다

정훈희가 처음 거절한 요청을, 박찬욱은 "정훈희 아니면 영화도 없다"며 2년을 기다려 받아냈다.

미사리 카페에서 즉흥 설득이 시작됐다

약속도 없이 찾아가 신청곡 쪽지를 낸 두 사람이, 가사를 잊은 무대 위 가수를 객석에서 구해냈다.

참고한 기록들

  • 위키백과, 「헤어질 결심」
  • 나무위키, 「헤어질 결심」
  • 경향신문, 「정훈희 "'안개'는 상복 많은 노래"」(2022.7.19)

안개 낀 산을 배경으로 선 인물의 실루엣을 그린 장면

안개 낀 산을 배경으로 선 인물의 실루엣을 그린 장면 (Google Gemini AI 생성 이미지)

목차
  1. 이봉조와 정훈희, 1967년 어둡고 끈적한 목소리
  2. 박찬욱의 2년, 미사리 카페의 즉흥 설득
  3. 스트리밍 2,351%, 55년 전 목소리가 돌아온 순간

이봉조와 정훈희, 1967년 어둡고 끈적한 목소리

안개는 1967년 작곡가 이봉조가 만들었다. 이봉조는 색소폰 연주자이기도 했다. 그 손에서 나온 곡을 그는 열일곱 살 여고생 정훈희에게 맡겼다. 당시로서는 파격에 가까운 캐스팅이었다. 노래는 어둡고 끈적했다. 퇴폐적이라는 말이 붙을 만했다. 정훈희의 목소리가 그 어둠을 무너지지 않고 통과했다. 이 곡은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원작으로 한 김수용 감독의 영화 안개(1967)의 삽입곡으로 먼저 쓰였다.

소설도 영화도 안개를 모호함의 은유로 썼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것, 가까운 듯 닿지 않는 거리. 정훈희의 목소리는 그 속성을 그대로 담았다. 맑지도 탁하지도 않은, 가볍게 섞인 비음이 안개처럼 공기 속에 스몄다. 2022년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정훈희가 이 곡을 딱 한 소절 불렀을 때, 옆자리 아이유가 놀라 고개를 돌렸고 탕웨이는 눈물을 쏟았다.

이 곡을 다른 성인 가수에게 맡겼다면, 그 파격과 위태로움은 지금과 같은 질감으로 남지 않았을 것이다. 열일곱 소녀의 목소리가 어른의 정서를 통과하며 만든 그 균열이, 55년 뒤에도 사람을 멈춰 세우는 힘의 근원이다.

박찬욱의 2년, 미사리 카페의 즉흥 설득

시작은 유튜브 자동재생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트윈폴리오(송창식·윤형주)가 안개를 커버한 버전을 우연히 들었고, 거기서 헤어질 결심의 모든 것이 출발했다고 밝혔다. 정훈희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였고, 안개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 가요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정훈희는 재녹음 의뢰를 처음엔 거절했다. 박찬욱은 2년을 기다렸다. "정훈희 아니면 영화도 없다"고 그는 말했다.

송창식을 섭외하는 일도 순탄치 않았다. 성대 결절 수술 후 회복이 덜 됐다는 이유로 처음 거절당했다. 그러자 박찬욱과 정훈희가 함께 움직였다. 송창식이 경영하던 미사리 라이브 카페에 약속도 없이 찾아간 것이다. 송창식이 주말 무대에서 노래하던 중, 두 사람이 객석에서 신청곡 쪽지를 냈다. 쪽지에 적힌 곡은 안개였다. 송창식이 그 곡을 부르다 2절 가사를 잊어버리자, 객석에서 정훈희가 가사를 크게 불러줬다. 송창식이 놀라 물었다. "아니, 이건 정훈희 목소린데?" 그렇게 무대 뒤에서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눴고, 정훈희의 설득 끝에 송창식이 녹음에 합류했다. 기타 연주는 함춘호가 맡았다.

박찬욱이 정훈희의 거절을 받아들이고 다른 가수를 찾았다면, 엔딩 크레딧의 그 듀엣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2년을 기다린 끈기와 카페까지 직접 찾아간 즉흥적 행동, 그 두 가지가 겹쳐서야 이 재녹음이 완성됐다.

스트리밍 2,351%, 55년 전 목소리가 돌아온 순간

영화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것은 정훈희와 송창식의 듀엣 버전이다. 이 영화를 위해 새로 녹음했지만, 정식 음원으로는 발매되지 않았다. 극 중에는 원곡도 따로 삽입된다. 월요일 할머니의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오는 장면이다. 짙은 안개와 잠시 흐림의 차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음악감독 조영욱은 이 영화에 또 다른 음악적 축을 하나 더 심었다. 극 중 인물 기도수가 즐겨 듣는 곡으로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이 등장한다. 원래는 카라얀이 지휘한 음반을 쓰려 했으나, 음반 사용료가 너무 비싸 정명훈이 지휘한 음반으로 바꿨다고 조영욱은 밝혔다. 예산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뜻밖에 다른 지휘자의 해석을 영화 안에 들여온 셈이다.

영화는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개봉 이후 정훈희의 안개 스트리밍 트래픽은 2,351% 증가했다. 유튜브 뮤직에서는 개봉 전 대비 23배 이상 늘었고, 스포티파이 국내 바이럴 차트 6위까지 올랐다. 55년 된 노래가 마치 그해 처음 나온 곡처럼 재생됐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정훈희, 「안개」, 1967년 원곡 · 재발매 음원) — 극중 엔딩 듀엣 버전은 정식 음원 미발매로 임베드 불가

핑계왕초

55년 전 목소리가 지금 다시 낯설게 들리는 순간을 붙잡아 옮겨 적습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6.30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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