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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더스의 개>아베마리아·루벤스 명화 안트베르펜 대성당 문이 열리던 그 밤, 소년을 울린 건 캔버스가 아니라 선율이었다. 플란더스의 개 마지막 회, 루벤스 명화 앞에 흐른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는 그림보다 먼저 소년의 마지막 숨을 받아냈다.이 마지막 회는 1975년 12월 28일 일본에서 방영됐고, 시청률 30.1퍼센트를 기록해 세계명작극장 시리즈 역대 최고치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성당 안에는 관람객도 사제도 없었다.얼어붙은 소년과 개, 그리고 한 곡의 노래만 남아 있었다. 이 장면 하나가 작품 전체의 음악 구조를 압축하고 있다.루벤스 그림 앞의 아베 마리아, 기도가 된 가곡네로가 평생 보고 싶어 한 건 루벤스의 제단화 네 점이다. 성탄절 밤, 성당 문이 우연히 열리고 소년은 마침내 그림 앞에 선다. 이 순간 화면을 채우는 곡은 프란츠 슈베.. 2026. 6. 22.
<장강 7호> 써니, 보니엠 그리고 아버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30년도 더 된 디스코 한 곡에, 가난한 부자가 거실 한복판에서 춤을 춘다. 장강 7호 속 이 장면에 흐르는 곡은 보니엠의 써니인데, 이 노래가 1966년 한 미국 가수의 비극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 시절 노래 한 곡이 21세기 홍콩 빈민가 부자(父子)의 거실까지 흘러들어온 경로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배경음악 이상의 결이 보인다.써니와 보니엠, 1966년에서 2008년까지써니는 미국 가수 보비 헙이 1963년에 쓰고 1966년에 발표한 곡이다. 곡을 쓰던 시기, 그는 형을 잃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다음 날, 그의 형이 자택 인근에서 살해당한다.슬픔 속에서 그는 밝은 쪽을 보자는 다짐을 담아 멜로디를 적는다. 이 곡은 정확히 10년 만에 또 다른 색을 입.. 2026. 6. 22.
바보들의 행진, 금지곡이 된 청춘의 노래 1975년 하길종 감독의 영화 에서 송창식의 '고래사냥'과 '왜 불러'가 어떻게 금지곡이 되었는지, 유신 시대 청년문화의 사운드트랙을 음악 비평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다.영화가 끝나도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속 두 곡, '왜 불러'와 '고래사냥'은 스크린을 벗어나 대학가 시위 현장으로, 막걸릿집 좁은 골목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전 검열 당국의 가위질을 만났다. 한 영화의 음악이 어떻게 시대의 증거물이 되었는지, 그 경로를 따라가 본다. 도망치는 장면에 깔린 노래, '왜 불러'송창식은 '왜 불러'를 병태가 입영을 위해 영자를 떠나는 이별 장면에 쓰기 위해 작사하고 작곡했다. 그러나 하길종 감독은 편집 단계에서 이 곡을 병태와 영철이 장발 단속 경찰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에 옮겨 붙였다. 작곡자의 .. 2026. 6. 22.
사랑의 스잔나, 원썸머나잇의 비밀 피아노 앞에서 부르던 노래의 가사가, 음반으로 나오면서 다른 문장으로 바뀐다. 영화 '사랑의 스잔나' 속 원썸머나잇은 부모를 향한 마음을 담은 가사로 처음 불려졌고, 음반에서는 연인을 향한 가사로 다시 쓰였다.이 영화에는 원썸머나잇 외에도 졸업의 눈물, 우연, 생명지광 같은 곡이 잇따라 흐르는데, 모두 주연 진추하가 직접 만든 곡이다. 노래 하나가 두 얼굴을 갖게 된 사정을 따라가다 보면, 1976년의 한국 극장가와 2004년의 한국 영화까지 함께 들여다보게 된다. 원썸머나잇, 같은 멜로디에 다른 가사가 붙은 사연영화 속 한 장면에서 원썸머나잇은 추하와 자량이 함께 부르는 노래로 등장한다. 이 노래는 배경에 깔리는 음악이 아니라 인물이 직접 입으로 부르는 노래다. 그래서 노래가 멈추는 순간 장면의 공기도.. 2026. 6. 21.
모아나2 작곡교체·겟로스트·폴리네시아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8년 전 그 익숙한 노래는 단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모아나 2의 음악은 작곡가가 통째로 바뀐 채 만들어졌고, 그 변화가 멜로디 곳곳에 배어 있었다.전편에서 노래를 책임졌던 린 마누엘 미란다 대신, 이번엔 그래미 수상 듀오 발로우 & 베어가 펜을 잡았다. 두 사람은 원래 음악감독이 아니라 틱톡에 짧은 노래를 올리던 창작자였고, 그 교체 하나로 모아나 2의 음악 색깔은 전편과 완전히 달라졌다.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음악을 둘러싼 평가는 개봉 내내 엇갈렸다.작곡 교체, 틱톡에서 디즈니까지발로우 & 베어는 미국의 작곡가 듀오로, 가수 아비게일 발로우와 피아니스트 에밀리 베어 두 사람을 가리킨다. 둘은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을 보고 틱톡에 노래를 올렸고, 그 .. 2026. 6. 21.
토이스토리5 · 테일러 스위프트 · 마케팅 옆자리 조카가 영화보다 먼저 알아본 건, 화면 위에 떠 있던 낯선 이니셜 두 글자다. 토이 스토리 5의 스크린 타임 서사보다 먼저 화제가 된 건, 바이럴 마케팅 광고판에 등장한 테일러 스위프트다. 광고판의 정체는 개봉 며칠 전까지 비밀에 부쳐지고, 조카는 영화관 포스터보다 그 이니셜의 정체를 추적하는 데 더 열을 올린다. 영화 자체가 시작하기도 전에, 음악이 이미 화제를 다 가져간 셈이다. 나에게는 그 순서 자체가,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질문으로 남는다.테일러 스위프트의 제시 헌정곡테일러 스위프트가 토이 스토리 5에 들고 온 신곡 'I Knew It, I Knew You'에서 내 눈길을 끄는 건 누구와 작업했는지보다, 왜 굳이 제시였는지다. 우디나 버즈처럼 시리즈를 대표하는 얼굴이 아.. 2026.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