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조카가 영화보다 먼저 알아본 건, 화면 위에 떠 있던 낯선 이니셜 두 글자다. 토이 스토리 5의 스크린 타임 서사보다 먼저 화제가 된 건, 바이럴 마케팅 광고판에 등장한 테일러 스위프트다. 광고판의 정체는 개봉 며칠 전까지 비밀에 부쳐지고, 조카는 영화관 포스터보다 그 이니셜의 정체를 추적하는 데 더 열을 올린다. 영화 자체가 시작하기도 전에, 음악이 이미 화제를 다 가져간 셈이다. 나에게는 그 순서 자체가,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질문으로 남는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제시 헌정곡
테일러 스위프트가 토이 스토리 5에 들고 온 신곡 'I Knew It, I Knew You'에서 내 눈길을 끄는 건 누구와 작업했는지보다, 왜 굳이 제시였는지다. 우디나 버즈처럼 시리즈를 대표하는 얼굴이 아니라, 줄곧 정체성의 흔들림을 안고 가던 카우걸 캐릭터를 곡의 출발점으로 고른 선택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협업자 잭 안토노프와 함께 다듬은 곡의 결도 그 선택을 거든다.
기능적으로 보면 이 곡은 단순한 삽입곡이 아니라 인물 심리 대리의 역할을 한다. 제시가 시리즈 내내 떠안았던 정체성의 흔들림, 그리고 5편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자리를 증명해야 하는 서사가, 노래 한 곡 안에 압축되어 들어간다. 감독 인터뷰에서도 이 곡이 영화와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붙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나는 그 말을 곡이 장면의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또 다른 목소리로 기능한다는 뜻으로 읽는다.
다만 이 지점에서 의문도 남는다. 기존 시리즈에서 음악은 랜디 뉴먼 한 사람의 손에서 일관되게 나온다. 그 일관성이 만들어내는 정서적 안정감을, 외부 아티스트의 단발성 참여가 대신할 수 있을지는 영화를 보는 내내 풀리지 않는 질문으로 남는다.
장르 선택도 다시 짚어볼 만하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최근작에서 컨트리보다 팝이나 신스 사운드 쪽에 더 가까운 작업을 이어왔는데, 이번 곡에서는 오히려 초기작에 가까운 컨트리 색채를 꺼내 든다. 나는 이걸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제시라는 인물의 출신과 정서에 맞춘 의도적인 선택으로 본다. 카우걸이라는 정체성을 음색으로 번역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 곡은 새 캐릭터를 설명하는 곡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인물의 안쪽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만드는 곡으로 작동한다.

30년 만에 깨진 원칙
1995년 1편부터 2019년 4편까지, 토이 스토리의 주제가는 단 한 사람의 몫이었다. 랜디 뉴먼이 작사·작곡·가창까지 직접 맡은 'You've Got a Friend in Me'는,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다른 곡으로 교체되지 않았다. 부르는 사람이 우디에서 다른 캐릭터로 바뀌거나 스페인어로 변주되는 정도의 변화는 있었지만, 곡의 정체성 자체는 그대로 유지된다. 나는 이 일관성이 시리즈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5편에서 처음으로 그 원칙이 깨진다. 외부 아티스트의 신곡이 시리즈 음악의 한 축으로 들어온 건 3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걸 단순한 변화로만 보기는 어렵다. 한 작곡가가 시리즈 전체를 책임지던 영화음악의 오랜 관행이, 글로벌 팝스타와의 협업이라는 방식으로 옮겨가는 흐름과 정확히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영화음악이 영화 안에서만 머무는 시대가 끝나고, 음악 자체가 마케팅의 주연이 되는 시대로 넘어왔다는 인상을 나는 받는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전속 작곡가 체제보다 시즌마다 화제성 있는 아티스트를 초청하는 방식을 택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인상도 함께 받는다. 한 사람의 음악적 일관성이 시리즈의 정서를 지탱하던 시대에서, 매 편마다 그 시점 가장 화제가 되는 음악인을 데려오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셈이다. 이 변화 자체가 옳고 그르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30년 동안 한 목소리로 불리던 노래가 처음으로 다른 목소리에게 자리를 내주는 순간으로 다가온다.
TS 이니셜 광고판이 보여주는 마케팅 트렌드
신곡 발표 전, 로스앤젤레스·시카고·샌프란시스코·토론토·런던 같은 주요 도시에 'TS'라는 문구만 적힌 광고판이 먼저 등장한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토이 스토리, 두 이니셜이 겹치는 지점을 그대로 이용한 장치다. 정식 발표 전부터 팬들 사이에서 정체를 추측하는 글이 쏟아지고, 그 추측 자체가 홍보의 일부가 된다.
나는 이 전략이 흥미로운 이유가, 영화가 다루는 주제와 거의 그대로 겹친다는 데 있다고 본다. 토이 스토리 5는 장난감이 디지털 기기와의 경쟁 속에서 자기 자리를 증명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런데 영화를 알리는 방식 자체가, 소셜미디어에서 추측과 화제로 굴러가는 알고리즘 친화적 마케팅을 택한다. 장난감의 자리를 위협하는 화면의 논리를, 영화 자신이 마케팅 단계에서부터 그대로 빌려 쓰는 셈이다. 음악이 영화의 배경에 머물지 않고 영화보다 먼저 화제를 만들어내는 구조, 이게 지금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음악을 쓰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나는 읽는다.
생각해 보면 이니셜 두 글자만으로 화제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정답을 바로 주지 않고 추측할 여지를 남기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화법과 닮아 있다. 정보를 한 번에 공개하는 대신 조각내어 흘리고, 사람들이 스스로 퍼즐을 맞추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런 화법은 음악 산업에서는 이미 익숙하지만, 애니메이션 영화의 음악 마케팅에까지 그대로 옮겨온 사례로는 눈에 띄는 편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영화 한 편의 음악이 더 이상 개봉 당일에야 공개되는 부속물이 아니라, 개봉 전부터 독립적으로 화제를 굴리는 별도의 콘텐츠로 취급되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다.
핑계 한 줄
영화관에서 나오는 길에 옆자리 아이에게 'I Knew It, I Knew You'를 들어봤냐고 묻는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미 몇 번이나 들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나는 거기서 조금 복잡한 마음이 든다. 음악이 영화의 감동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어야 한다고 믿어온 입장에서는, 음악이 영화보다 먼저 소비되는 순서가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랜디 뉴먼의 30년 전통이 한 번 깨졌다고 해서 시리즈의 정서가 바로 무너지는 건 아니라는 점도 인정한다. 다만 다음 편에서도 이런 방식이 반복된다면, 그때는 음악이 영화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영화가 음악의 광고판이 되는 건 아닐지 의문이 든다.
FAQ
Q. 토이 스토리 5에 테일러 스위프트가 직접 출연하나요?
-출연이 아니라 사운드트랙 참여다. 신곡 'I Knew It, I Knew You'를 작사·작곡해 제공했다.
Q. 토이 스토리 5 OST는 언제 나오나요?
-신곡은 영화 개봉 전 음원으로 먼저 공개됐고, 공식 사운드트랙 전체는 개봉일에 맞춰 발매됐다.
Q. 토이 스토리 시리즈 주제가는 원래 누가 만들었나요?
-1편부터 4편까지는 랜디 뉴먼이 작사·작곡·가창을 모두 맡은 'You've Got a Friend in Me'가 시리즈 전체의 주제가였다.
참고 출처
- 이투데이 · 테일러 스위프트, '토이 스토리 5' 깜짝 합류... OST 참여 — https://www.etoday.co.kr/news/view/2590055
- 나무위키 · You've Got a Friend in Me — https://namu.wiki/w/You've%20Got%20a%20Friend%20in%20Me
- 멜론 · Toy Story OST 앨범 정보 — https://www.melon.com/album/music.htm?albumId=27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