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 음악30 천일의 앤 OST, 이별이 남긴 선율 1969년, 헨리 8세와 앤 볼린의 사랑은 어째서 하나의 선율로만 남았을까.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들르뤼가 영화 을 위해 이 곡을 썼다. 제목은 'Farewell My Love', 2분 9초짜리 사랑의 테마다. 정작 세상에 각인시킨 건 원곡이 아니라 폴 모리아 악단의 연주였다.처형대 앞, 세 줄로정작 유명해진 건 원곡이 아니라 커버였다정작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이 선율은 알았다. 라디오 앞에 앉은 이들은 곡의 출처를 몰랐다. 그저 폴 모리아 악단의 'Farewell My Love'로 기억했다. 원작자 들르뤼의 이름은 음반 뒷면에 조용히 남았다.1969년 극장에서 라디오로 옮겨간 반세기1969년 12월, 극장에서 처음 흘렀다. 이내 라디오 심야 프로그램의 단골이 되었다.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듣던 .. 2026. 8. 18. 글루미 선데이 OST, 저주받은 이유 1933년 부다페스트, 실업률이 36퍼센트까지 치솟던 겨울에 피아니스트 셰레시 레죄가 글루미 선데이를 썼다. 66년 뒤인 1999년, 감독 롤프 슈벨은 이 노래에 얽힌 소문을 영화 글루미 선데이로 옮겼다. 대공황의 레스토랑과 지금의 재생목록 사이, 노래 한 곡이 여전히 흐른다.낡은 건반 세 줄소문이 노래보다 오래 남았다글루미 선데이는 자살을 부르는 저주받은 곡이라는 소문으로 더 유명하다. 정확한 사망자 수는 어느 자료로도 확인되지 않는다. 확인되는 건 이 소문이 90년 가까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뿐이다.대공황의 레스토랑, 지금의 재생목록1933년의 부다페스트는 실업과 트리아농 조약(1920년 헝가리가 영토 대부분을 잃은 국제조약)의 상처로 뒤숭숭했다. 그 시절의 절망이 담긴 곡이 지금도 스트리밍 앱에서.. 2026. 8. 17. 맨발의 이사도라 OST, 폴모리아가 남긴 선율 1968년 영화 《맨발의 이사도라》 원곡은 모리스 자르가 썼지만, 더 오래 사랑받은 건 폴 모리아 악단의 연주곡이다. 주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이 작품으로 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폴 모리아는 1975년 첫 내한 뒤 한국과 일본에서 120여 회 공연하며 이 선율을 세대 너머로 전했다.세 줄로 읽는 핵심원곡 대신 커버가 더 오래 남은 이유모리스 자르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영화와 함께 묻혔지만, 폴 모리아가 편곡한 연주곡은 영화보다 오래, 더 넓은 대륙에서 살아남았다. 원작과 커버의 생명력이 역전된 드문 사례다.폴 모리아가 이사도라를 편곡한 방식현악과 오르간을 앞세워 원곡의 서정을 부드럽게 감쌌다. 목소리 없는 연주판이었기에 언어를 넘어 라틴아메리카부터 아시아까지 퍼져나갈 수 있었다.120여 회 내한 공연이.. 2026. 8. 16. 안개 OST, 55년 만에 돌아온 그 목소리 정훈희의 데뷔곡 '안개'는 몇 번의 연습 끝에 완성됐을까. 1967년 영화 주제가를 부른 열일곱 살 소녀는 리허설 두 번, 녹음 두 번 만에 이 곡을 끝냈다. 작곡은 색소포니스트 이봉조였고, 55년 뒤 이 노래는 박찬욱 감독의 엔딩 크레디트에서 다시 울렸다.안갯속에 남은 세 줄연습 두 번, 녹음 두 번으로 끝났다정훈희는 데뷔 무대도 없이 이 노래로 데뷔했다. 색소포니스트 이봉조가 멜로디를 건넸고, 며칠 뒤 녹음실에서 곧바로 두 번 불렀다.40만 장이 팔린 뒤에도 낯선 이름이 붙었다음반이 40만 장 넘게 팔렸지만, 정작 작사가 이름은 오랫동안 다른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저작권법조차 없던 시절의 일이다.헤어질 결심에서 다시 살아났다2022년 박찬욱 감독의 엔딩에서 정훈희·송창식의 재녹음 버전이 흘렀.. 2026. 8. 9.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버려진 악보 사연 스탠리 큐브릭은 알렉스 노스가 수개월을 매달려 완성한 오케스트라 악보를 한 음도 쓰지 않았다. 그 사실을 노스는 1968년 뉴욕 시사회장에서야 알게 됐다. 클래식 음악이 우주 공간을 차지하게 된 배경에는, 영화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거부된 악보의 이야기가 있다.큐브릭이 작곡가 몰래 음악을 바꿔버린 영화알렉스 노스는 수개월 동안 이 영화의 음악을 썼다. 큐브릭은 그것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고, 노스에게 알리지 않았다.자라투스트라를 우주 장면에 넣은 선택의 이유큐브릭이 임시 편집용으로 쓴 클래식 음악이 최종 음악이 됐다. 편곡된 오케스트라보다 원전이 더 맞는다는 판단이었다.30년 뒤 발견된 알렉스 노스의 버려진 악보1993년 제리 골드스미스가 노스의 원본 악보를 발굴해 녹음했다. 거부된 음악이 어떤 소리였는지.. 2026. 7. 29. 죽은 시인의 사회 OST, 카르페 디엠의 비밀 《죽은 시인의 사회》 OST 'Carpe Diem'을 1989년 피터 위어 감독과 모리스 자레가 완성했다.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이 영화에서 자레의 선율은 대사 없이 시의 호흡을 살려냈다. 어느 감정 하나를 강요하지 않는 방식, 그 절제가 35년을 넘어 지금도 울린다.세 줄로 읽는 핵심감정을 강요하지 않아 35년을 살아남은 선율자레의 'Carpe Diem'은 4분 48초짜리 소품이다. 어느 감정 하나를 강요하지 않는다. 문을 열어두는 방식, 그 절제가 35년을 버텼다.제도와 개인의 충돌이 시대를 가리지 않는 이유1959년 배경의 이야기가 1989년 제작됐고 2026년에도 유효하다. 제도와 개인의 충돌은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음악도 그 보편성을 담았다.책상 위에 올라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시가 죽어가는.. 2026. 7. 25.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