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21 암살자(들) OST 세헤라자데, 왜 바순일까 《암살자(들)》에서 끝까지 귀에 남은 소리가 정말 총성이었을까. 허진호 감독의 2026년 영화는 1974년 8월 15일을 쫓다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제2악장을 불러낸다. 극장을 나서며 붙들고 온 것은 총소리가 아니라 낮게 울리던 바순 한 줄이었다. 그 소리를 따라가 본다.빈 객석 위로 빛이 지나가고, 낮은 음 하나가 오래 맴돈다목차왜 하필 세헤라자데였을까흑백 TV 앞의 여름날조영욱 음악과 갈라지는 지점대답 없는 이야기로 남다왜 하필 세헤라자데였을까〈세헤라자데〉 작품번호 35는 1888년에 완성된 교향 모음곡(여러 악장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묶은 관현악곡)이다. 『천일야화』에서 소재를 가져왔고 모두 네 악장이다. 영화가 꺼내 든 것은 그중 제2악장이다.악장표제귀에 먼저 오는 소리제1악장바다와 신.. 2026. 10. 3. 인생은 아름다워(1997), 노아가 부른 사연 오늘 저녁 원룸에서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1997)의 수용소 확성기 장면을 유튜브로 다시 틀었다. 거기서 흐르는 노래는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 속 '뱃노래'다. 1999년 아카데미 음악상은 이 곡이 아니라 니콜라 피오바니의 스코어가 받았다.창문 너머로 노래를 보내던 장면을 떠올리며목차노래가 흐르자 동공이 먼저선율이 데려간 양지극장 앞두 번째에야 들린 기타노래가 흐르자 동공이 먼저수용소 배식 시중을 들던 귀도가 낡은 축음기를 찾아낸다. 레코드 더미에서 고른 건 한 장. 아내 도라와 처음 눈을 맞추던 오페라 극장에서 흐르던 바로 그 곡이다. 귀도는 확성기 나팔을 여성 수용동 쪽 창문으로 돌린다.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이었다. 동공이 갑자기 커졌다. 대사 한 줄 없는 장면인데, 머리.. 2026. 9. 20. 달콤한 인생(1960) 트레비 분수의 비밀 1960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서, 니노 로타는 트레비 분수 장면에 오르간과 하프로 만든 곡을 따로 붙였다. 화려한 나이트클럽 장면들과 정반대로 조용한 이 선택을, 스코어와 소스뮤직의 차이를 통해 짚어본다.사진: Pixabay (jdegheest) — Trevi Fountain, Rome목차로타와 펠리니, 스코어와 소스뮤직을 섞다나이트클럽의 파트리시아, 소스뮤직의 자리트레비 분수엔 왜 오르간과 하프였을까로타와 펠리니, 스코어와 소스뮤직을 섞다니노 로타는 이미 페데리코 펠리니의 짝꿍이었다. 1952년 '백인 추장'에서 처음 만났고, 1954년 '길'의 트럼펫 선율, 이른바 젤소미나의 테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뒤였다.'달콤한 인생'은 타블로이드 기자 마르첼로.. 2026. 9. 18. 오아시스 '내가 만일', 낯선 목소리 하나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는 2002년 8월 15일 개봉해 그해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작품이다. 그 안에서 흐르는 노래는 새로 만든 삽입곡이 아니라 안치환이 1995년 발표한 포크곡 '내가 만일'이며, 이 노래는 배우 문소리가 직접 부른 낯선 목소리로 스크린에 남았다.음악이 없다. / 정확히는, 음악이 있어야 할 자리에 낡은 대중가요 한 곡이 대신 놓여 있다. / 그게 이 영화 음악 이야기의 전부다.막차가 끊긴 역, 마이크 하나만 남은 상상 속 무대 (AI 생성 추상 일러스트)목차왜 하필 이 노래였을까부르지 못하는 노래, 불러주는 노래이재진의 절제, 지금까지 남은 이유왜 하필 이 노래였을까이 영화를 처음 본 건 2002년 늦여름, 종로의 오래된 극장 스크린 앞에서였다. 냉방이 시원찮아 등줄기가 눅눅.. 2026. 9. 14. 졸업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허락 없던 리믹스 1967년 영화 의 사운드트랙에는 애초에 새로 만든 곡이 거의 없었다. 마이크 니콜스는 편집실에서 임시로 걸어둔 사이먼 앤 가펑클의 옛 노래를 그대로 밀어붙였고,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는 정작 두 사람도 모르게 전자악기가 덧입혀진 채 이미 1위를 찍었던 곡이었다.공항 무빙워크 위, 벤자민을 감싸던 그 곡은 원래 이 장면을 위해 쓰인 게 아니었다.목차니콜스가 편집실에 걸어둔 임시곡몰래 덧입힌 전자기타와 드럼사이먼이 마지못해 허락한 이유니콜스가 편집실에 걸어둔 임시곡그 노래를 처음 들은 건 다방 스피커에서였다. 곡명도 가수 이름도 모른 채 몇 소절을 흥얼거리다가, 한참 뒤에야 그것이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라는 걸 알았다. 니콜스가 이 곡을 처음 만난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촬영 전부터 매일 아.. 2026. 9. 12. 아마데우스 OST, 지휘자가 걸었던 조건 하나 아마데우스(1984) OST에서 가장 오래 회자되는 5분은 레퀴엠이 아니다. 모차르트가 스물일곱 무렵 쓴 세레나데 10번, 열세 명의 관악 주자가 모여야 완성되는 그 곡의 3악장이다. 정작 이 곡의 정식 제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촛불 아래 펼쳐진 옛 악보. 오늘 흐르는 곡은, 제목조차 낯설다.목차13명이 있어야 나는 소리, 세레나데 10번살리에리가 듣는다, 신의 목소리를음반엔 없던 전곡, 무대에만 있던 전곡이름 없이 남은 5분13명이 있어야 나는 소리, 세레나데 10번아마데우스는 밀로시 포먼 감독이 피터 셰퍼의 희곡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F. 머리 에이브러햄이 궁정 작곡가 안토니오 살리에리를, 톰 헐스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연기했다. 1984년 개봉해 러닝타임 161분, 전 세계 흥행 .. 2026. 9. 8. 이전 1 2 3 4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