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음악 비하인드53 암살자(들) OST 세헤라자데, 왜 바순일까 《암살자(들)》에서 끝까지 귀에 남은 소리가 정말 총성이었을까. 허진호 감독의 2026년 영화는 1974년 8월 15일을 쫓다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제2악장을 불러낸다. 극장을 나서며 붙들고 온 것은 총소리가 아니라 낮게 울리던 바순 한 줄이었다. 그 소리를 따라가 본다.빈 객석 위로 빛이 지나가고, 낮은 음 하나가 오래 맴돈다목차왜 하필 세헤라자데였을까흑백 TV 앞의 여름날조영욱 음악과 갈라지는 지점대답 없는 이야기로 남다왜 하필 세헤라자데였을까〈세헤라자데〉 작품번호 35는 1888년에 완성된 교향 모음곡(여러 악장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묶은 관현악곡)이다. 『천일야화』에서 소재를 가져왔고 모두 네 악장이다. 영화가 꺼내 든 것은 그중 제2악장이다.악장표제귀에 먼저 오는 소리제1악장바다와 신.. 2026. 10. 3. 인생은 아름다워(1997), 노아가 부른 사연 오늘 저녁 원룸에서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1997)의 수용소 확성기 장면을 유튜브로 다시 틀었다. 거기서 흐르는 노래는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 속 '뱃노래'다. 1999년 아카데미 음악상은 이 곡이 아니라 니콜라 피오바니의 스코어가 받았다.창문 너머로 노래를 보내던 장면을 떠올리며목차노래가 흐르자 동공이 먼저선율이 데려간 양지극장 앞두 번째에야 들린 기타노래가 흐르자 동공이 먼저수용소 배식 시중을 들던 귀도가 낡은 축음기를 찾아낸다. 레코드 더미에서 고른 건 한 장. 아내 도라와 처음 눈을 맞추던 오페라 극장에서 흐르던 바로 그 곡이다. 귀도는 확성기 나팔을 여성 수용동 쪽 창문으로 돌린다.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이었다. 동공이 갑자기 커졌다. 대사 한 줄 없는 장면인데, 머리.. 2026. 9. 20. 졸업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허락 없던 리믹스 1967년 영화 의 사운드트랙에는 애초에 새로 만든 곡이 거의 없었다. 마이크 니콜스는 편집실에서 임시로 걸어둔 사이먼 앤 가펑클의 옛 노래를 그대로 밀어붙였고,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는 정작 두 사람도 모르게 전자악기가 덧입혀진 채 이미 1위를 찍었던 곡이었다.공항 무빙워크 위, 벤자민을 감싸던 그 곡은 원래 이 장면을 위해 쓰인 게 아니었다.목차니콜스가 편집실에 걸어둔 임시곡몰래 덧입힌 전자기타와 드럼사이먼이 마지못해 허락한 이유니콜스가 편집실에 걸어둔 임시곡그 노래를 처음 들은 건 다방 스피커에서였다. 곡명도 가수 이름도 모른 채 몇 소절을 흥얼거리다가, 한참 뒤에야 그것이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라는 걸 알았다. 니콜스가 이 곡을 처음 만난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촬영 전부터 매일 아.. 2026. 9. 12. 신의 악단, '광야를 지나며' 부른 이유 2025년 12월 31일 개봉한 영화 '신의 악단'에서 배우 정진운은 촬영을 쉬던 하루, 감독의 권유로 실제 몽골 광야를 30분 동안 걸었다. 그날 돌아와 다시 부른 노래가 찬양곡 '광야를 지나며'였고,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며 개봉 37일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넘겼다.몽골 광야를 닮은 풍경, 노래는 그 걸음에서 시작됐다.목차가짜 찬양단이 부른 진짜 노래카메라가 꺼진 뒤의 서른 분극장을 나온 뒤에도 남는 곡가짜 찬양단이 부른 진짜 노래극 중 찬양단은 처음부터 위장이다. 국제사회의 지원금을 노린 보위부가 사람들을 모아 부흥회 흉내를 내는 무대장치일 뿐이다. 그런데 정작 그 무대에 오른 노래는 흉내가 아니다.'광야를 지나며'는 2018년 히즈윌(HisWill)이 낸 찬양곡이다. 작곡가 장진숙은 아버지의 .. 2026. 9. 6. 찬실이는 복도 많지, 엔딩곡을 부른 사람 유튜브로 다시 본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뒤, 입소문만으로 관객을 서서히 늘려간 작품이다. 엔딩곡 제목도 영화 제목과 똑같이 '찬실이는 복도 많지'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뜻밖에도 경기민요(서울·경기 전통 민요) 소리꾼이었다.짐을 부린 자리에도 저녁은 온다목차엔딩곡 제목이 영화와 겹친 사연엔딩 장면, 노래가 없었다면여느 엔딩곡과는 다른 목소리몇 해가 지나도 다시 찾는 이유엔딩곡 제목이 영화와 겹친 사연감독 김초희는 단편 〈겨울의 피아니스트〉, 〈우리순이〉, 〈산나물처녀〉로 이름을 알리기 전, 오랫동안 홍상수 감독의 영화 프로듀서로 일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그가 처음 메가폰을 잡은 장편이다. 엔딩곡 가사는 김초희 감독이 직접 썼다. 편곡은 밴드 장기.. 2026. 9. 5. 해바라기 OST, 12년 갇혔던 사연 1970년 헨리 맨시니가 작곡한 영화 해바라기(원제 I Girasoli)의 러브 테마는 이듬해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이 영화는 소련 현지 촬영을 이유로 국내에서 12년간 상영이 금지됐고, 1982년 11월 14일에야 서울 단성사에서 개봉했다. 곡은 익숙한데 정작 영화는 볼 수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오늘 다방 신청곡판 한 귀퉁이에서 꺼내본다.해바라기밭과 낡은 축음기, 1970년의 선율을 떠올리며.목차맨시니가 이 멜로디를 고른 이유해바라기밭, 흐르던 탐색 테마가사 붙은 버전들과 다른 결50년 넘게 다시 불리는 이유맨시니가 이 멜로디를 고른 이유카를로 폰티와 비토리오 데 시카는 많은 것에서 부딪혔다. 촬영지도, 편집 방향도, 두 사람의 의견은 자주 갈렸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음악을 누구에.. 2026. 9. 2.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