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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비하인드

인생은 아름다워(1997), 노아가 부른 사연

by 핑계왕초 2026. 9. 20.

오늘 저녁 원룸에서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1997)의 수용소 확성기 장면을 유튜브로 다시 틀었다. 거기서 흐르는 노래는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 속 '뱃노래'다. 1999년 아카데미 음악상은 이 곡이 아니라 니콜라 피오바니의 스코어가 받았다.

해 질 녘 창문을 향해 놓인 나팔 축음기, 확성기로 노래를 보내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정물

창문 너머로 노래를 보내던 장면을 떠올리며

목차

노래가 흐르자 동공이 먼저

수용소 배식 시중을 들던 귀도가 낡은 축음기를 찾아낸다. 레코드 더미에서 고른 건 한 장. 아내 도라와 처음 눈을 맞추던 오페라 극장에서 흐르던 바로 그 곡이다. 귀도는 확성기 나팔을 여성 수용동 쪽 창문으로 돌린다.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이었다. 동공이 갑자기 커졌다. 대사 한 줄 없는 장면인데, 머리보다 몸이 먼저 알아들었다.

곡은 자크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1881년 초연) 중 이중창 '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이다. 흔히 '뱃노래'라 부른다. 바르카롤레(베네치아 뱃사공의 노래처럼 흔들리는 6/8박자 곡) 형식이라 선율이 물결처럼 오르내린다.

이 음악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귀도는 철조망 너머로 소리를 질러야 했을 것이다. 대신 둘만 아는 노래 한 곡이 '아직 살아 있다'는 말을 실어 보낸다.

선율이 데려간 양지극장 앞

정작 1999년 제7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은 건 이 오페라 곡이 아니었다. 니콜라 피오바니가 이 영화를 위해 새로 쓴 스코어(한 영화만을 위해 작곡한 배경음악)였다. 피오바니는 펠리니의 말년작 '진저와 프레드', '인터뷰', '달의 목소리'의 음악을 맡았던 작곡가다.

그의 메인 테마는 원래 가사 없는 연주곡이다. 2000년, 이스라엘 가수 노아가 오랜 음악 동료 길 도르와 함께 영어 가사를 붙였다. 제목은 'Beautiful That Way'. 그해 3월에 나온 앨범 'Blue Touches Blue'에 실렸다.

이 노래를 듣다가 엉뚱한 곳으로 끌려갔다. 연신내 양지극장 앞이다. 그리고 아버지.

수용소 영화의 엔딩 테마가 왜 하필 그 극장 앞에 데려다 놓았는지는 모르겠다. 아버지와 아들의 영화여서였을까. 그 물음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기로 한다.

두 번째에야 들린 기타

한 번 더 틀었다. 처음엔 노아의 목소리만 들렸다. 두 번째에야 그 뒤에 깔린 기타가 들렸다.

가사를 함께 쓴 길 도르는 노아 곁에서 오래 기타를 쳐 온 연주자다. 노래 하나를 두 사람이 나눠 들고 있었던 셈이다. 앞에 선 목소리만 듣느라, 뒤에서 내내 받치던 소리를 처음엔 놓쳤다.

확성기 장면도 그렇다. 화면은 귀도를 비추지만, 노래는 보이지 않는 창문 너머로 간다. 세 번째로 들으면 또 무엇이 들릴까.

확성기 너머 세 줄

  • 수용소 확성기로 흐른 노래는 피오바니가 아니라 오펜바흐의 오페라 '뱃노래'였다.
  • 아카데미 음악상은 피오바니의 스코어가 받았고, 그 테마는 2000년 노아의 'Beautiful That Way'로 다시 불렸다.
  • 펠리니의 마지막 작곡가 피오바니 이전, 펠리니 곁에는 '달콤한 인생'(1960)의 니노 로타가 있었다.

참고한 기록들

  • 영어 위키백과 'Life Is Beautiful' 문서
  • 영어 위키백과 'Noa (singer)' 문서
  • 노아 공식 웹사이트 noasmusic.com, 'Beautiful That Way (La vita è bella)' 소개 글

핑계왕초

영화음악과 OST에 새겨진 시간을 기록합니다. 이 글은 해당 장면과 노래를 다시 보고 들은 저녁의 메모에서 출발했습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09.20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OST가 남긴 자리, 한 편 더

피오바니가 펠리니의 마지막 음악을 맡기 전, 그 자리에는 니노 로타가 있었다. 트레비 분수 앞에서 흐르던 로타의 선율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