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권투 경기장에서 승리의 순간마다 터져 나오는 그 우렁찬 합창, 사실 그 목소리의 주인들은 노래가 아니라 장난인 줄 알고 마이크 앞에 섰다. 1976년 영화 록키의 훈련 몽타주에 깔린 Gonna Fly Now는 무명 작곡가 빌 콘티가 만든 곡이었고, 이듬해 빌보드 1위에 오르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나는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 그저 복싱 영화의 흔한 응원가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곡이 차트 정상에 오른 1977년은 연주곡이 유난히 강세였던 해였고, 그 흐름 속에 Gonna Fly Now를 다시 들여다보면 곡 자체보다 그 곡이 놓인 시대가 먼저 들린다. 오늘은 음악이 만든 우연과 디스코 시대의 잔향을 따라가 본다.

록키의 주제가 Gonna Fly Now, 무명 작곡가가 쓴 저예산 합창
빌 콘티는 록키 음악을 맡기 전까지 이탈리아 가수들의 음반을 편곡하거나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음악을 대필하던, 영화계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작곡가다.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에서 태어나 루이지애나 주립대를 졸업하고 줄리아드 음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록키라는 저예산 복싱 영화에서 음악을 맡으며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다.
트럼펫과 브라스가 쌓아 올리는 도입부 위로 짧게 얹히는 합창 부분은 빌 콘티 아내의 회사 동료들이 출연료 없이 모여 부른 목소리였고, 다들 이 작업을 농담 삼아 받아들였다고 전해진다. 영화사조차 흥행을 기대하지 않아 OST 발매 계획이 없었는데, 개봉 후 라디오 방송 문의가 쏟아지자 급히 합창 부분을 다시 편곡해 음반으로 내놓았다. 그래서 영화 속 훈련 장면에 깔리는 버전은 2분 48초로 짧고, 라디오용으로 다시 만든 음반 버전은 4분 49초까지 늘어나며 중간에 일렉트릭 기타 소리까지 더해진다.
곡 안에는 이후 결전 장면에 쓰이는 Going the Distance의 멜로디 일부도 녹아 있어, 록키 음악 전체가 하나의 동기로 엮여 있음을 보여준다. 록키 이후 빌 콘티는 같은 해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음악상 후보에 동시에 올랐고, 1981년 007 시리즈 포 유어 아이즈 온리로 다시 주제가상 후보에 섰으며, 1983년에는 더 라이트 스터프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다. 70편이 넘는 영화와 TV 시리즈 음악을 작곡하며 2008년 루이지애나 음악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그는 무명 작곡가에서 할리우드의 정규 음악감독으로 올라섰고, 이 곡이 1위에 오른 시점 자체도 아래 비교에서 보듯 결코 평범한 우연이 아니다.
<1976~77 빌보드 1위 연주곡 비교>
| Gonna Fly Now | 영화 록키 | 1977 |
| Theme from S.W.A.T. | TV 시리즈 S.W.A.T. | 1976 |
| Star Wars Theme/Cantina Band | 미코, 영화 스타워즈 디스코 편곡 | 1977 |
1976~77년 빌보드를 휩쓴 영화·TV 주제곡 열풍과 Gonna Fly Now
Gonna Fly Now가 1위에 오른 시기는 연주곡이 유난히 차트 정상까지 올라가던 짧은 구간과 겹친다. 1976년 초에는 TV 시리즈 S.W.A.T.의 주제곡이 리듬 헤리티지의 연주로 빌보드 1위를 기록했고, 1974년에는 배리 화이트가 프로듀스한 러브 언리미티드 오케스트라의 연주곡 Love's Theme도 정상을 밟았다. 1977년 후반에는 영화 스타워즈의 테마를 디스코로 편곡한 미코의 버전이 다시 1위에 오른다.

이 흐름을 만든 배경은 텔레비전과 영화의 흥행이 라디오 차트로 곧장 이어지던 산업적 구조와, 브라스와 현악이 디스코 리듬 위에 얹히던 당시의 사운드 취향이며, Gonna Fly Now의 펑키한 팡파레식 브라스도 이 취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마침 1976년은 미국 건국 200주년을 기념하는 분위기가 대중음악 전반에 깔려 있던 해였고, 디스코가 필라델피아와 뉴욕의 클럽 문화에서 막 라디오 차트로 옮겨 오던 시점이기도 했다. 다만 빌보드 1위 연주곡 자체가 처음은 아니어서, 1968년 폴 모리아의 Love Is Blue가 이미 같은 자리에 올랐던 적이 있고, 록키의 음악은 새로운 흐름의 시작이라기보다 이미 흐르고 있던 물줄기에 정확히 올라탄 경우였다.
텔레비전 주제곡이 음악 차트까지 점령한 사례도 이 시기의 특징이다. S.W.A.T. 주제곡은 그래미 후보에까지 오르며, 화면 안에서만 흐르던 음악이 화면 밖 라디오로 독립해 나가는 흐름을 보여주었다. 영화나 드라마의 테마곡이 그 자체로 하나의 싱글이 되어 차트를 도는 일이 이 시기에 유난히 잦았고, Gonna Fly Now는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사례로 남았다.
디스코 커버와 원곡이 동시에 차트에 오른 1977년의 풍경
Gonna Fly Now가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한 곡을 둘러싼 버전 경쟁이다. 빌 콘티의 오리지널이 1위에 오른 같은 시기, 재즈 트럼펫 주자 메이나드 퍼거슨의 연주 버전이 톱30에 들었고, 리듬 헤리티지와 커런트라는 두 그룹이 각각 만든 디스코 편곡 버전도 동시에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하나의 영화 음악이 오리지널, 재즈, 디스코 세 갈래로 동시에 소비된 셈이다.
이런 풍경은 디스코가 단순한 장르를 넘어 기존 곡을 재가공하는 산업적 관행으로 자리 잡았던 당시 유행을 보여준다. 영화나 TV 주제곡이 인기를 얻으면 곧바로 디스코 버전이 따라붙는 일이 흔했고, Gonna Fly Now도 그 관행을 그대로 통과했다. 비슷한 시기 미코의 스타워즈 테마 디스코 버전이 전 세계에서 200만 장 넘게 팔리며 같은 관행이 정점에 이르렀던 것을 보면, 록키의 주제가가 겪은 버전 경쟁이 그 시기 한 영화만의 특수한 사정이 아니라 산업 전체가 작동하던 방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록키 시리즈가 이어지는 동안 이 멜로디는 브라스 중심의 밝은 편곡으로 계속 다시 쓰이며 스포츠 경기장에서 승리를 알리는 곡처럼 굳어졌고, 빌 콘티는 이후 록키4를 제외한 전편의 음악을 맡으며 이 멜로디를 시리즈의 상징으로 다져 나간다. 록키 30주년에 맞춰서는 그동안 시리즈에 쓰인 곡들을 모은 기념 음반이 따로 발매되기도 했는데, 이는 한 곡이 디스코 유행 속 일시적 인기를 넘어 장기적으로 소비되는 자산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목조차 모르는 사람도 도입부 몇 초만 들으면 곧바로 알아채는 곡이 됐다는 사실이, 그 시절 유행의 산물이 어떻게 시대를 건너 살아남는지를 가장 단순하게 보여준다.
3줄 요약
- 록키의 주제가 Gonna Fly Now는 저예산 제작 사정 속에서 만들어졌고, 합창은 출연료 없는 비전문 인원이 불렀다.
- 1976~77년은 연주곡이 빌보드 1위에 잇따라 오른 짧은 구간이었고, Gonna Fly Now도 그 흐름 위에 있었다.
- 같은 시기 재즈 버전과 디스코 커버 버전이 동시에 차트에 오르며, 한 영화 음악이 세 갈래로 소비됐다.
핑계 한 줄
사실 나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복싱보다 합창 부분이 먼저 들렸다. 회사 동료들이 장난 삼아 모여 부른 목소리라는 걸 알고 나니, 카페에 틀어놓고 듣던 그 우렁찬 도입부가 조금 다르게 들린다. 의도된 웅장함이 아니라 사정이 만든 웅장 함이라는 게, 더 마음에 든다.
FAQ
Q. Gonna Fly Now는 록키 1편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 실제로 가사가 있나요?
A. 거의 연주곡에 가깝지만 합창 부분에 Tryin' hard now, It's so hard now, Gonna fly now 같은 짧은 가사가 반복돼 들어간다.
Q. Gonna Fly Now는 아카데미상을 받았나요?
A. 49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Q. 록키 시리즈 음악은 모두 같은 작곡가가 만들었나요?
A. 빌 콘티가 록키4를 제외한 전편의 음악을 맡으며 Gonna Fly Now의 멜로디를 시리즈 전체에서 이어갔다.
참고 출처
- 나무위키·록키 문서
- vyomakesa.com·록키 Rocky 시리즈와 빌 콘티 Bill Conti의 음악
- SoundOD·All 25 Instrumental Songs that Topped the Hot 100
- PopMatters·The 25 Best Space Disco Songs of 1976-1986
- Wikipedia·Theme from S.W.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