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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디에스이레·핑크솔저·진혼곡

by 핑계러 2026. 6. 29.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무서운 건 칼이나 총이 아니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 합창 소리였습니다. 핑크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등장할 때마다 깔리던 그 소리, 제목은 'Pink Soldiers'입니다. 그런데 이 곡, 사실은 위령미사에서 쓰는 노래를 가져다 쓴 곡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다시 들으면 완전히 다른 곡으로 들립니다.

오징어 게임 핑크 솔저 가면 진행요원

디에스 이레로 위장한 핑크 솔저의 정체

'Pink Soldiers'는 오징어 게임 시즌1 OST 4번 트랙입니다. 음악감독 정재일이 전체 스코어를 총괄했지만, 이 곡은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김성수가 '23'이라는 예명으로 작곡했습니다. '23'이라는 예명은 소설가 윌리엄 버로스가 말한 불운의 숫자 23법칙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 곡의 멜로디는 라틴어 레퀴엠, 즉 죽은 자를 위한 미사곡의 한 대목인 '디에스 이레(Dies irae, 진노의 날)'를 기반으로 합니다. 디에스 이레는 가톨릭 장례 미사에서 죽은 이의 명복을 빌 때 쓰던 그레고리오 성가입니다. 모차르트 레퀴엠에도, 영화 '샤이닝'에도 등장하는 바로 그 선율입니다. 'Pink Soldiers'에서는 사람이 부르는 합창이 가사 없이 '뚜뚜뚜뚜' 같은 구음만으로 이 진혼곡 선율을 반복합니다.

같은 OST 안에서 정재일이 직접 연주한 중세 리코더(medieval recorder)로 만든 'Way Back then'은 동요처럼 천진한 멜로디를 들려줍니다. 이 곡은 서울 홍대의 스튜디오702에서 김찬영이 녹음했고, 전체 앨범의 믹싱과 마스터링은 김병극이 맡았습니다. 그 천진한 멜로디와 'Pink Soldiers'의 죽음의 성가가 같은 앨범 안에 나란히 놓이면서, 어른들의 게임판이 동요와 진혼곡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음악만으로도 드러납니다.

구음 합창이 새겨놓은 떼죽음의 예고

핑크색 옷에 가면을 쓴 진행 요원들은 얼굴이 없습니다. 이름도 없습니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로만 구분되는 계급만 있을 뿐입니다. 그런 존재들이 등장할 때마다 죽은 자를 위한 노래가 흐른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나무위키는 이 곡이 디에스 이레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주인공 기훈과 일부를 제외한 참가자 전원이 결국 죽게 될 것이라는 복선으로 본다고 적고 있습니다. 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음악이 이미 결말을 가사 없이 예고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시청자는 자막도 가사도 없는 구음 합창을 들으며, 뜻을 모른 채로 이미 정답을 들은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곡이 시즌2에서 'Pink Soldiers Redux'로, 'Player vs Pink Soldiers'로 계속 변주되며 돌아온다는 사실입니다. 시즌2의 'Player vs Pink Soldiers'는 박민주 작곡가가 편성을 넓혀, 헝가리 부다페스트 스코어링 오케스트라의 현악 파트를 더해 모티프를 확장했습니다. 구음 합창 한 줄로 충분했던 위협이, 시즌을 넘어가며 오케스트라의 무게로 불어난 셈입니다.

진혼곡인 줄 모르고 듣는 사람들

게임의 각 라운드는 결국 핑크 솔저가 등장하는 순간 끝이 납니다. 죽음을 정리하고, 다음 라운드를 준비시키는 존재가 바로 이 진혼곡과 함께 등장하는 사람들입니다.

레퀴엠은 원래 죽은 이가 듣는 노래가 아니라, 살아남은 이들이 듣는 노래입니다. 'Pink Soldiers'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 안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화면 밖에서 그 죽음을 지켜보는 시청자가 이 노래를 듣습니다. 몰랐던 사람은 그저 무섭다고만 느꼈을 그 합창이, 알고 나면 매 라운드마다 미리 들려준 부고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곡을 다시 들어보면, 처음 볼 때와는 다른 지점이 들립니다. 그저 무섭다고만 느꼈던 그 구음이, 두 번째에는 누군가의 죽음을 미리 알리는 종소리로 들립니다. 음악이 먼저, 결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도 전달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트랙 정보

  • 곡명: Pink Soldiers
  • 작곡: 23 (김성수)
  • 음악감독: 정재일
  • 수록: 오징어 게임 시즌1 OST, 4번 트랙
  • 발매: 2021년
  • 기반 선율: 그레고리오 성가 '디에스 이레(Dies irae)'

FAQ

Q. Pink Soldiers는 누가 작곡했나요?
A.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김성수가 '23'이라는 이름으로 작곡했습니다. 전체 음악감독은 정재일입니다.

Q. 디에스 이레가 뭔가요?
A. 라틴어로 '진노의 날'이라는 뜻으로, 가톨릭 레퀴엠(위령 미사곡)에 쓰이는 그레고리오 성가입니다.

 

핑계 한 줄

영화는 핑계입니다. 사실은 그 구음 하나가 며칠째 머릿속에서 안 빠져나가서 잠을 설쳤습니다.

 

참고 출처

  • 오징어 게임/음악 - 나무위키
  • 오징어 게임/등장인물/진행 요원 - 나무위키
  • 김성수 음악감독 인터뷰, 한국경제
  • 오징어 게임 OST 크레딧, 벅스·멜론

"영화는 핑계입니다. 사실은 그 구음 하나가 며칠째 머릿속에서 안 빠져나가서 잠을 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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