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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영화 음악

마징가 제트, 한국 노래인 줄 알았던 이유

by 핑계왕초 2026. 6. 24.

마징가 제트(1972) 한국어 주제가. 노래방에서 목청껏 부르고 나서야, 이 곡이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가의 번안곡이라는 걸 알았다. 동요 작사가 윤석중이 가사를 썼고, 멜로디는 일본 작곡가 와타나베 츄메이가 만들었다. 코레아늄이라는 이름 뒤에 숨긴 것들을 살펴본다.

마징가 제트 1972 한국 방영 코레아늄 번안 주제가 신문기사

마징가 제트 한국 방영 당시 코레아늄을 표기한 옛 자료 

목차

마징가 제트, 일본 만화라는 사실을 숨긴 까닭

마징가 Z는 나가이 고의 원작을 바탕으로 토에이 애니메이션이 제작해 1972년 일본에서 첫 방영된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이다. 총 92화로 만들어졌고,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의 원형으로 꼽힌다.

한국에는 1975년 8월 MBC를 통해 소개됐는데, 당시는 일본 대중문화를 검열하던 시기였다. 텔레비전에 일본 만화가 그대로 나올 수 없던 때라, 방영사는 작품 속 설정까지 손을 댔다. 극 중 대사에 등장하는 핵심 소재 가상 금속 '재패니움'은 매 회차 대사에서 전부 '코레아늄'으로 바뀌었다. 대사에 등장하는 이름이 통째로 한국식으로 교체된 것이다.

주인공 로봇은 '쇠돌이'라는 친근한 별칭으로 불리며 자연스럽게 한국 이야기처럼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상당수의 한국 시청자는 이 작품을 한국에서 만든 만화영화로 알고 자랐다. 노래방에서 이 주제가를 부를 때 그 사실을 몰랐던 것도, 그 철저한 교체 작업 덕분이었다.

윤석중이 새로 쓴 한글 가사, 멜로디는 그대로

한국어판 주제가는 동요 작사가로 이름이 높은 윤석중이 가사를 새로 썼다. 윤석중은 한국 동요사에서 손꼽히는 인물로, 누구나 알 만한 동요 여러 편의 가사를 남긴 동시 작가이다. 그런 그가 만화영화 주제가에까지 손을 댔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 만화영화 주제가가 단순한 부속물이 아니라 정식 창작물로 다뤄졌음을 보여준다. 참고로 노래 가사 자체에는 '코레아늄'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재질명은 그냥 '무쇠'로 뭉뚱그렸다 — 대사 속 설정 교체와는 또 다른, 노래만의 우회로였던 셈이다. 1975년 최초 방영 당시 노래는 '별셋'이 불렀다.

멜로디 자체는 한국에서 새로 만든 곡이 아니다. 원곡은 일본 작곡가 와타나베 츄메이가 만들었고, 일본판은 미즈키 이치로가 불렀다. 한국어판은 그 멜로디를 마상원이 편곡하고 그 위에 윤석중의 새 가사를 얹은 번안곡인 셈이다. 그런데 일부 가사집 자료에는 편곡자 마상원이 마치 원작곡자인 것처럼 표기돼 있다. 당시 방송사들이 해외 원곡의 작곡자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국내 편곡자 이름만 올리는 경우가 흔했던 탓이다.

'재패니움'을 '코레아늄'으로 바꾼 것과 같은 결의, 또 다른 흔적이다. 노래 한 곡에까지 출신을 가리려 한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게, 그 시절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아래는 그 멜로디의 원본, 일본판 원곡이다.

위 플레이어가 재생되지 않으면 아래 버튼으로 들을 수 있다.

Spotify에서 듣기 — マジンガーZ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 マジンガーZ (21st Century Ver.), Ichirou Mizuki (미즈키 이치로, 원곡 작곡 와타나베 츄메이)

응원가가 된 주제가, 한일전에서 드러난 원곡

실제로 이 노래는 축구 응원가로 쓰이기도 했다.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와 가사 구조가 응원가로 옮겨가기에 알맞았던 것이다. 문제는 한일전이었다. 한국 응원단이 이 노래를 부르자, 옆에 있던 일본인들이 익숙한 멜로디에 자기네 나라 가사로 따라 부르는 촌극이 벌어졌다. 같은 멜로디, 다른 가사로 양쪽이 동시에 노래를 부른 묘한 장면이었다.

흥미로운 건 이 곡이 일본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노래라는 점이다. 일본판 주제가를 부른 미즈키 이치로는 데뷔 초부터 말년까지 무대에서 이 곡을 불렀고, 2022년 11월 마징가 Z 50주년 기념 행사에서도 목소리가 좋지 않은 상태로나마 무대에 올라 오프닝과 엔딩을 불렀다. 이 무대는 결국 그의 마지막 활동이 됐다. 번안곡과 원곡이 각자의 나라에서 세대를 넘어 불려 온 셈인데, 그 사이에는 정작 누구의 멜로디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한참 뒤늦게야 퍼진 묘한 시차가 있다.

작은아이 생일날 노래방에서 신나게 부를 때는 몰랐던 사정이다. 가사를 쓴 사람, 곡을 쓴 사람, 그리고 그 곡이 건너온 길까지 알고 나서 다시 부르면, 같은 후렴이라도 어딘가 다르게 들릴 것 같다. 이 노래를 불렀던 모두가 아마 그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그 모름이 한 세대를 같은 멜로디로 묶어두었다.

자주 묻는 질문

코레아늄은 노래 가사에도 나오나요?

아니다. '코레아늄'은 방영 대사에서 쓰인 명칭이고, 주제가 가사는 재질명을 그냥 '무쇠'로 표현했다.

한국어판 주제가는 누가 만들었나요?

작곡은 일본의 와타나베 츄메이, 편곡은 마상원, 가사는 윤석중이 맡았다. 1975년 최초 방영판은 별셋이 불렀다.

한일전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나요?

한국 응원단이 이 멜로디로 응원하자 일본 관중이 자국어 원곡 가사로 따라 부른 일화가 실제로 전해진다.

무쇠 팔뚝, 세 줄로

  • • 일본 만화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극 중 금속 이름 '재패니움'이 '코레아늄'으로 통째로 바뀌었다.
  • • 가사는 윤석중이 새로 썼지만 멜로디는 일본 작곡가 와타나베 츄메이의 원곡이다.
  • • 노래 한 곡에 숨겨진 사정을 알고 나서 다시 듣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금지된 장난 OST도 있다.

참고한 기록들

  • • 마징가 Z(1972), 토에이 애니메이션 — 원작 나가이 고, 음악 와타나베 츄메이, 일본판 보컬 미즈키 이치로
  • • MBC 마징가 제트 한국 방영 (1975) — 한국어판 작사 윤석중, 편곡 마상원, 보컬 별셋
  • • 위키백과, 「마징가 Z」 항목 (ko.wikipedia.org) — 방영 정보 및 크레딧

핑계왕초

영화음악과 OST에 새겨진 시간을 기록합니다. 노래방에서 목청껏 부른 뒤에야 이 노래의 사정을 알아버린 그날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년 6월 24일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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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한 곡에 숨겨진 사정을 알고 나서 다시 듣는 이야기, 다른 방식으로 펼쳐진 영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