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금지된 장난> 예페스·10현기타·가을동화

by 핑계러 2026. 6. 30.

 

클래식 기타 줄 위에 머문 손가락, 로망스 도입부의 첫 음을 떠올리게 하는 손끝

 

영화는 핑계다.

같이 일하던 동료 하나가 클래식 기타를 쳤다. 어느 날 로망스를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에 몇 달을 매달렸다. 도입부 손가락이 어느 줄에서 어느 줄로 건너가는지, 같은 자리를 몇 번이고 되짚었다.

지금도 그 움직임이 손에 남아 있다. 음은 희미한 데 손가락의 기억은 더 오래갔다.


스물 다섯 살 예페스가 어머니께 들려드리려던 곡

기타를 배우면서도 한참 몰랐다. 이 곡이 원래 영화를 위해 쓴 곡이 아니라는 것을.

나르시소 예페스는 스페인 남동부 로르카 출신이다. 스물다섯이던 해, 영화음악 섭외를 받고 고민하던 그가 결국 꺼내든 것은 새로 만든 곡이 아니었다. 평소 어머니께 들려드리려고 따로 손봐 두었던 편곡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한 사람을 위해 다듬어진 선율이 영화관 스크린 전체를 채우는 곡이 됐다.

곡의 뿌리는 더 오래됐다. 19세기 스페인 기타리스트 안토니오 루비라가 만든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보다 먼저 스페인 민요로 떠돌던 선율이라는 견해도 있다. 정확한 작곡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누군가 만들었지만 누구의 것도 아닌 곡이 한 사람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내가 동료에게 도입부를 배우던 그 몇 달도 비슷했다. 누군가의 손에서 내 손으로 옮겨온 선율이었다.


줄 하나를 더 단 사람의 손

왜 여섯 줄로는 부족했을까.

예페스는 나중에 보통보다 줄 네 개를 더한 열 줄짜리 기타를 쓰기 시작했다. 줄을 늘리면 손가락이 갈 길도 늘어난다. 그런데도 그는 그 복잡함을 택했다. 더 많은 음을 듣기 위해서.

나는 기타를 그렇게 오래 잡지 못했다. 몇 달 배우다 손을 놓았다. 그래도 도입부의 그 자리만은 손에 남았다. 열 줄을 다루던 손도, 여섯 줄도 못 끝낸 손도, 같은 곡 앞에서는 같은 자리를 짚었을 것이다.

한 곡이 전해진 두 가지 방식

  • 사람의 손 — 동료가 나에게 직접 손가락 자리를 짚어줌, 한 사람에서 다음 사람으로
  • 방송 매체 — 토요명화·주말의 명화가 같은 선율을 수만 가구에 동시에 흘려보냄

흑백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던 어느 토요일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작은 흑백 화면 앞에 앉아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영화 금지된 장난은 1952년 르네 클레망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금사자상과 아카데미 외국영화상을 받았다. 한국에는 1958년 개봉했고, 그 뒤로 토요명화·주말의 명화에서 몇 년에 한 번씩 다시 방영됐다. 내가 그 화면 앞에 앉아 있던 것도 아마 그 재방영 중 하나였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헤어진 두 아이 중 하나가 이름을 부를 때, 그 위로 기타 선율이 흐른다. 그 장면을 처음 보고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던 기억이 있다. 세월이 흘러 로망스는 드라마 가을동화에 삽입되며 또 한 번 알려졌다. 영화를 보지 못한 세대도 멜로디만큼은 알게 됐다.


"손가락에 남은 기억 하나가, 영화 한 편보다 오래갔다."


자주 묻는 질문

Q. 로망스는 누가 작곡한 곡인가요?
A. 정확한 작곡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19세기 스페인 기타리스트 안토니오 루비라가 만든 곡으로 추정되지만, 그보다 먼저 전해 내려오던 스페인 민요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나르시소 예페스는 이 곡을 편곡하고 연주했을 뿐 작곡자는 아닙니다.

Q. 나르시소 예페스는 어떤 인물인가요?
A. 스페인 남동부 로르카 출신의 클래식 기타리스트입니다. 기타 한 대로 표현할 수 있는 음역을 넓히기 위해 보통보다 줄이 많은 10현 기타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로망스는 한국에서 어떻게 알려졌나요?
A. 영화가 1958년 국내 개봉한 이후 토요명화·주말의 명화에서 반복 방영되며 알려졌습니다. 이후 드라마 가을동화에 삽입되면서 영화를 보지 않은 세대에게도 친숙한 곡이 됐습니다.


참고 출처

  • <금지된 장난〉(Jeux interdits, 1952), 감독 르네 클레망
  • Narciso Yepes — Romance (Jeux Interdits) 편곡·연주
  • 위키백과, 「나르시소 예페스」 항목
  • classictong.com, 「Narciso Yepes」 작가 소개

🍁[연관 글] 영화 〈러브스토리〉 가슴 아픈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보러 가기 

     [음악적 해석 · 비극적 낭만 · 클래식의 귀환]

소개 및 문의 면책 조항 개인정보 처리 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