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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비하인드

스파이더맨 브랜드뉴데이 OST, 지워진 선율

by 핑계왕초 2026. 8. 13.

2026년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에서 작곡가 마이클 지아치노는 익숙한 스파이더맨 테마에서 특정 음들을 일부러 지웠다. 피터 파커에게 더 이상 남지 않은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그는 밝혔다. 톰 홀랜드의 네 번째 단독 출연작은 그렇게 결핍의 소리로 시작한다.

세 줄로 읽는 핵심

테마에서 몇 개의 음을 뺐다

지아치노는 세 편의 전작에서 쓰던 스파이더맨 테마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았다. 특정 음을 비워, 피터가 잃어버린 삶의 조각들을 소리로 표현했다.

아무도 그를 기억 못 하는 도시

전편의 주문으로 세상은 피터 파커를 잊었다. 친구들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뉴욕에서, 그는 스콜피온과 툼스톤을 홀로 상대한다.

역대 최고 오프닝, 음악은 결핍인데 흥행은 최대치

2026년 7월 31일 개봉 첫 주말, 북미에서 3억 6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넘어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새로 썼다. 결핍을 그린 음악이 흥행의 발목을 잡지는 않았다.

영화 정보 출처: 위키백과, Variety

참고한 기록들

  • 영문 위키백과 'Spider-Man: Brand New Day (soundtrack)' 항목 — 작곡가·앨범 발매 정보
  • 한국어 위키백과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항목 — 감독·출연 정보
  • Variety, "'Spider-Man' Beats 'Avengers: Endgame' as 'Brand New Day' Climbs to $360 Million" —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 확인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2026 수트 뉴 데이 마이클 지아치노 지워진 테마 뉴욕 야경

끊어진 거미줄과 지워진 음, 잊힌 도시의 밤

OST는 왜 이 곡이었나

심야 상영관에 조조로 걸어 들어갔을 때, 예고편 음악부터 뭔가 허전하다고 느꼈다. 익숙한 후렴이 다 나오기 전에 끊겼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건 실수가 아니라 설계였다.

지아치노는 <스파이더맨: 홈커밍>부터 <노 웨이 홈>까지 세 편을 연이어 맡았던 사람이다. 2025년 12월, 이번 작품에도 그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공식화됐다. 그는 익숙한 테마를 그대로 재사용하는 대신, 몇몇 음을 의도적으로 비워냈다고 밝혔다. 피터의 삶에서 이제는 없는 것들을 표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완전한 선율이 아니라 구멍 난 선율. 관객은 그 빈자리를 의식하지 못한 채로도, 뭔가 채워지지 않았다는 감각만은 몸으로 느끼게 된다.

어떤 장면에서 무엇을 하는가

전편 결말의 주문으로 세상 모두가 피터 파커를 잊었다. 친구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 채 각자의 삶을 산다. 이 영화는 그 고립에서 출발한다.

피터는 스콜피온과 툼스톤 같은 빌런들을 상대하면서도, 정작 가장 큰 싸움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도시와 벌인다. 액션이 커질수록 오케스트라도 함께 부풀지만, 그 아래 깔린 저음은 계속 비어 있다. 승리의 순간에도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 느낌은 거기서 나온다.

액션 장면에서 그 빈 저음이 실제로 들렸다. 화면은 승리를 보여주는데, 귀는 자꾸 뭔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개봉 2주 전 먼저 공개된 '수트 뉴 데이'는 이 영화의 음악적 언어를 6분 14초에 걸쳐 미리 보여준 곡이다. 익숙한 스파이더맨 선율의 조각들이 스치듯 지나가지만, 어느 것 하나 예전 그대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 Michael Giacchino, 'Suite New Day' (Spider-Man: Brand New Day OST, 2026)

다른 음악과 어떻게 다른가

<홈커밍>의 스파이더맨 테마는 소년의 서투름을 밝게 그렸다. <노 웨이 홈>에 이르러서는 그 선율이 여러 세계의 스파이더맨들을 하나로 묶는 합창처럼 확장됐다. 이번 작품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채우는 대신 덜어낸다.

오케스트라 스코어 바깥에는 또 다른 결이 흐른다. TV 온 더 라디오나 테임 임팔라 같은 밴드의 라이선스곡들이 곳곳에 쓰였다. 매끈한 팝 대신 다소 거친 질감의 인디록을 고른 선곡은, 화려한 히어로물치고는 이례적이다. 가족도 인정도 없이 사는 어른 피터의 위치와 그 질감이 맞아떨어진다.

인디록 곡들이 나올 때마다 귀에 걸렸다. 화려한 히어로물에서 이런 거친 질감을 들을 거라 예상 못 했다.

지금까지 기억되는 이유

지아치노는 트랙 제목에 말장난을 즐겨 심는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앨범에도 '대미지 컨트롤 투 메이저 밤'처럼 데이비드 보위의 곡 제목을 비튼 트랙명이 등장한다. 무거운 이야기 속에서도 그다운 장난기는 여전하다.

이 영화로 그는 톰 홀랜드가 연기한 스파이더맨 네 편 모두의 음악을 완성한 작곡가가 됐다. 한 배우, 한 세계관, 한 작곡가로 이어진 드문 연속성이다. 지워진 음들도 결국 그 연속성 위에서만 지워질 수 있었다.

네 편을 다 챙겨봤다는 걸 이 글을 쓰며 새삼 깨달았다. 한 작곡가의 손을 그렇게 오래 따라온 줄은 몰랐다.

핑계왕초

영화음악과 OST에 새겨진 시간을 기록합니다. 심야 조조 상영으로 신작을 챙겨 보는 습관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8.13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이 음악이 궁금하다면

다섯 박자로 60년을 관통한 리듬이 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몇 개의 음을 비워 낸 이야기다. 채움과 비움, 두 첩보·히어로물의 음악은 정반대 방식으로 관객의 몸을 붙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