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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비하인드

하얼빈 OST, 애비로드가 새긴 침묵

by 핑계왕초 2026. 8. 7.

2024년 12월 개봉한 하얼빈은 안중근의 하얼빈 의거를 그린 우민호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이다. 오리지널 스코어는 조영욱이 프로듀싱하고 이명로가 작곡했으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연주했다. 정적인 화면과 반대로 긴장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세 줄로 읽는 핵심

아비로드에서 완성된 정적의 무게

조영욱이 프로듀싱하고 이명로가 작곡한 스코어는, 정적이고 느린 화면을 오히려 긴장이 끊이지 않는 음악으로 받쳤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그 위에 얹혔다.

두만강에서 하얼빈역까지 이어진 현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는 오프닝과 하얼빈역에서 안중근이 걸어 들어가는 클라이맥스, 두 장면이 같은 현악 모티프로 이어진다. 몽골 홉스골 호수에서 촬영한 오프닝이 그 시작점이다.

491만 관객이 남긴 엇갈린 평가

300억 원 제작비에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지만, 스코어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갔다. 2025년 1월 7일 정식 발매된 OST 앨범이 그 증거다.

참고한 기록들

하얼빈 2024 애비로드 런던심포니 두만강 오프닝

얼어붙은 강 위, 현악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구글 제미나이 AI 이미지

목차
  1. 왜 애비로드였을까
  2. 두만강에서 하얼빈역까지
  3. 정적을 채운 현

왜 애비로드였을까

12월 극장에 갔다. 자막이 오르기 전, 현이 먼저 끝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크린이 어두워진 뒤에도 관 안에 남은 잔향이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음악감독 조영욱은 박찬욱 감독과 오랜 시간 협업해 온 이름이다. 다만 정확히는 작곡가라기보다 스포팅[스포팅: 영화의 어느 지점에 음악을 넣고 뺄지 결정하는 작업]에 능한 프로듀서 쪽에 가깝다. 이번 곡은 이명로가 직접 작곡을 맡았고, 조영욱이 전체를 지휘하며 방향을 잡았다.

우민호 감독과는 <내부자들>부터 함께해 온 사이다. 이번엔 방식이 달랐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밝혔다. 하얼빈은 전반적으로 느리고 정적인 영화였기에, 음악만큼은 늘어지지 않도록 오히려 긴장을 지속시키는 데 신경 썼다고. 그 결정이 녹음 장소를 런던으로 옮기게 했다.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현을 얹었다.

두만강에서 하얼빈역까지

영화는 얼어붙은 강 위를 걷는 안중근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몽골 북부 홉스골 호수에서 찍은 장면이다. 대사는 없다. 발밑에서 얼음이 우는 소리와 현악의 저음만 남는다.

이 저음이 다시 등장하는 곳은 하얼빈역이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에게 다가서는 순간, 클래식한 현악 위에 일렉트릭 기타가 얹힌다. 두 장면 사이에 대사도, 설명도 없다. 같은 모티프가 조금씩 변주되며 관객을 그 자리까지 데려다 놓았을 뿐이다.

영화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옆자리 관객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말없이 스크린만 보고 있었다. 음악이 이미 그 순간의 무게를 다 옮겨놓은 뒤였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 Cho Young-Wuk(조영욱), 'Train to Harbin' (Harbin (Original Soundtrack), 2025)

정적을 채운 현

같은 시기 개봉한 다른 항일 사극들은 대개 관악과 타악을 앞세워 비장함을 밀어붙인다. 하얼빈은 반대로 갔다. 현악을 낮게 깔고, 침묵의 시간을 늘렸다. 대사가 잦아드는 자리에 음악이 대신 서 있었다.

조영욱은 음악을 넣는 일보다 빼는 일에 강한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볼륨을 올리기보다 내리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다. 하얼빈의 스코어에서도 그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화면이 정적일수록 현은 더 조용히, 더 오래 깔린다.

스트리밍으로 다시 들어봤다. 극장의 저음이 그대로 잡히진 않았다. 그래도 두만강 장면의 현은 여전히 낮게 울렸다. 음원 발매까지 걸린 두 주가, 그 소리를 다시 확인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짧지 않은 기다림이었을 것이다.

491만이라는 숫자로는 이 영화를 다 설명할 수 없다.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흥행 성적과 별개로, 스코어에 대한 평가는 개봉 이후에도 조용히 쌓여갔다. 정적을 견디는 음악은, 정적을 견디는 관객에게만 닿는다.

핑계왕초

영화음악과 OST에 새겨진 시간을 기록합니다. 극장에서 본 장면을 다시 음악으로 확인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08.07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비워둔 음악도 있다

하얼빈은 정적을 현으로 채우는 쪽을 택했다. 같은 정적을 아예 비워두는 쪽을 택한 감독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