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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비하인드

미스터 노바디 OST, 죽음이 완성한 악보

by 핑계왕초 2026. 8. 12.

영화 《미스터 노바디》(2009) OST는 벨기에 작곡가 피에르 반 도마엘이 암 선고 뒤 완성한 마지막 악보다. 감독인 동생 자코 반 도마엘과 기타 한 대 중심의 절제된 편성을 골랐고, 그는 2008년 9월 세상을 떠난 뒤 2011년 마그리트영화상 음악상을 사후 수상했다.

영상 출처: 《미스터 노바디》 공식 예고편 — Magnolia Selects(미국 배급사 Magnolia Pictures 공식 채널)

세 줄로 읽는 핵심

기타 한 대로 시작된 악보

감독은 음악이 감정을 대신 울어주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대신 기타 한 대를 중심에 놓는 미니멀 편성(악기 수를 최소화해 여백을 남기는 편곡 방식)을 택했다.

형이 다 쓰지 못하고 남긴 곡

작곡가 피에르 반 도마엘은 스코어를 쓰던 중 말기암 진단을 받았다. 그는 곡을 끝냈고,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인 2008년 9월에 떠났다.

빈자리에서 받은 상

2011년 제1회 마그리트영화상에서 그는 최우수 음악상을 받았다. 그 자리에 그는 없었다. 이 앨범은 지금도 정식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없다.

참고한 기록들

  • Wikipedia, "Mr. Nobody (soundtrack)" — 트랙리스트와 발매 정보
  • IMDb, "Pierre Van Dormael" 프로필 — 생몰년과 필모그래피
  • Wikipedia, "Magritte Award for Best Original Score" — 제1회 수상 내역

미스터 노바디 2009 OST 피에르 반 도마엘 기타 한 대 갈라지는 길 장면

한 지점에서 아홉 갈래로 갈라지는 니모의 삶, 그 길목마다 같은 기타 한 대가 되돌아온다

목차
  1. 형제가 함께 쓴 마지막 악보
  2. 시트 아래, 되풀이되는 기타 한 줄
  3. 완성하지 못한 사람이 받은 상

형제가 함께 쓴 마지막 악보

자코 반 도마엘은 늘 형과 일했다. 1991년 《토토 더 히어로》부터, 1996년 《여덟 번째 날》까지, 스코어는 언제나 피에르 반 도마엘의 몫이었다. 《미스터 노바디》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번엔 조건이 하나 붙었다. 감독은 음악이 장면의 감정을 대신 설명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현악 편성을 최소화하고, 기타 한 대가 곡을 끌고 가는 쪽을 골랐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2013년 가을, 서울의 한 예술영화관 늦은 회차였다. 스크린 앞자리가 절반도 안 찼다. 상영이 끝나고 나오는데, 정작 기억에 남은 건 대사가 아니라 반복되던 기타 프레이즈였다. 그때는 그게 작곡가의 마지막 작업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알고 다시 들으니, 절제가 갑자기 다른 의미로 들렸다.

시트 아래, 되풀이되는 기타 한 줄

니모 노바디는 아홉 개의 삶을 산다. 부모 중 누구를 따라갈지, 세 여자 중 누구를 사랑할지, 선택은 매번 갈라진다. 다중 서사 영화라면 보통 시간대마다 다른 선율을 붙여 관객의 방향을 잡아준다. 이 영화는 반대로 간다. "수 레 드라(Sous les draps, 이불 아래라는 뜻)"라는 곡 하나가 트랙리스트의 처음과 아홉 번째 자리에 나란히 놓여 있다. 삶은 갈라지는데, 기타 소리는 자꾸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집에서 이 두 트랙을 이어 붙여 들어본 적이 있다. 처음 곡은 2분 55초, 나중 곡은 1분 46초. 뒤의 곡은 앞의 곡을 다 말하지 않고 끊는다. 그 지점에서 등 뒤가 서늘해졌다. 삶 하나가 다른 삶보다 짧게 끝난 느낌이었다.

완성하지 못한 사람이 받은 상

영화는 2009년 베니스에서 처음 공개됐다. 앨범은 이듬해 1월, 작은 레이블 모뇨 뮤직을 통해 나왔다. 2011년 제1회 마그리트영화상에서 영화는 여섯 개 부문을 가져갔고, 그중 최우수 음악상은 피에르 반 도마엘에게 돌아갔다. 그는 시상식 2년도 더 전에 세상을 떠난 뒤였다.

이 음반을 정식 스트리밍에서 찾으려 해봤다. 나오지 않는다. 남은 건 오래된 CD 한 장과, 누군가 올려둔 유튜브 업로드 몇 개뿐이다. 상은 받았는데, 곡은 널리 퍼지지 못했다. 그 사람이 없는 자리처럼, 이 악보도 지금 없는 자리에 더 가깝다.

핑계왕초

예술영화관과 심야 상영으로 만난 영화들의 음악을 뒤늦게 붙잡아 적어 둡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8.12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이 자리, 다른 곡으로 이어졌다면

스승이 곁에 있어 완성된 시와, 곁에 없는 사람이 끝내 완성한 마지막 악보는 서로 다른 결을 가진다. 사람이 남긴 자리와 그 자리를 채운 소리에 관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