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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비하인드

빠삐용 OST, 험퍼딩크가 놓친 노래

by 핑계왕초 2026. 8. 29.

빠삐용(1973) OST 'Free as the Wind'은 제리 골드스미스의 영화 주제곡에 할 셰이퍼가 가사를 붙인 곡이다. 1974년 엥겔베르트 험퍼딩크가 처음 불렀지만, 정작 이 곡을 완성했다는 평가는 앤디 윌리엄스의 몫으로 돌아갔다. 나비 문신의 죄수가 자유를 꿈꾸던 그 선율의 사연을 살펴본다.

철창 창살 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날아오르는 나비 한 마리

철창 사이로 스며든 빛을 향해 날아오르는 나비 한 마리

목차
  1. 제리 골드스미스가 만든 나비의 테마
  2. 험퍼딩크의 목소리, 그리고 다시 부른 앤디 윌리엄스
  3. 영화엔 없던 노래, 라디오에만 있던 노래
  4. 50년이 지나도 남은 나비 한 마리

제리 골드스미스가 만든 나비의 테마

빠삐용은 앙리 샤리에르가 쓴 1969년 자전적 소설을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이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스티브 매퀸이 억울하게 종신형을 선고받은 앙리 샤리에르(별명 빠삐용, 프랑스어로 나비라는 뜻이다), 더스틴 호프만이 위조범 루이 드가를 연기했다. 1973년 12월 16일 개봉해 150분 러닝타임에 제작비 1,350만 달러, 흥행 5,32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음악은 제리 골드스미스가 맡았다. 그는 이 스코어로 46회 아카데미 시상식 오리지널 드라마 음악상 후보에 올랐다. 그해 수상은 마빈 햄리시의 '추억(The Way We Were)'에 돌아갔다. 골드스미스는 이후 1976년 '오멘'으로 첫 오스카를 받게 되는데, 빠삐용은 그 여정의 중간 지점에 있는 스코어다.

주제 선율 자체는 처음부터 노래가 아니었다. '테마 프롬 빠삐용'이라는 순수 기악곡으로 먼저 완성됐다. 화면 속에서 흐르는 것도 이 기악 버전이다. 나비처럼 자유로운 죄수를 그리는 영화에, 골드스미스는 무겁게 짓누르는 관현악 대신 뜻밖에 서정적인 선율을 붙였다.

험퍼딩크의 목소리, 그리고 다시 부른 앤디 윌리엄스

이 기악 테마에 가사를 붙인 사람은 작사가 할 셰이퍼다. 제목은 'Free as the Wind'. 어린 시절의 들판과 하얀 조약돌 개울, 햇살 속 나비 날갯짓을 노래하며, "바람처럼 자유롭게, 그것이 네가 있어야 할 모습"이라는 후렴으로 이어진다. 나비라는 이름을 얻은 주인공의 처지와 정확히 겹치는 가사다.

이 곡을 처음 음반으로 낸 가수는 엥겔베르트 험퍼딩크였다. 1974년 발매됐다. 그런데 음반 평론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사운드트랙 재발매반 해설지는 험퍼딩크의 보컬을 "어색하게 소화됐다"고 적었고, 오히려 앤디 윌리엄스가 부른 버전이 할 셰이퍼의 가사를 가장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 제리 베일도 자신의 버전을 냈다. 한 곡을 두고 세 명의 가수가 각자의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이 대목을 처음 알았을 때 조금 의아했다. 같은 멜로디, 같은 가사인데 왜 유독 험퍼딩크의 버전만 겉돈다는 평을 들었을까. 그의 목소리가 나쁜 게 아니라, 나비처럼 가벼워야 할 선율에 너무 무거운 성량을 얹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Engelbert Humperdinck, 「Free As The Wind」, 1974년 최초 발매 버전)

영화엔 없던 노래, 라디오에만 있던 노래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다. 'Free as the Wind'는 애초에 영화 상영판을 위해 만든 곡이 아니었다. 홍보용 싱글로 따로 기획된 곡이었다. 실제 영화 스크린에는 가사가 붙지 않은 골드스미스의 기악 테마만 흐른다. 노래는 라디오와 음반 매장을 위한 별도 상품이었던 셈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세 가수의 버전이 왜 그렇게 서로 다른 색깔을 낼 수 있었는지도 이해가 된다. 영화 속 정해진 장면에 맞춰야 하는 제약이 없었다. 험퍼딩크도, 앤디 윌리엄스도, 제리 베일도 각자 익숙한 자기 창법대로 이 선율을 불렀다. 스크린이라는 기준점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자유였다.

만약 이 노래가 처음부터 영화 엔딩 크레딧에 삽입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 감독이나 음악감독이 한 버전을 정해 밀어붙였을 것이다. 그런 통제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세 가지 다른 '자유'의 소리를 비교해 들을 수 있다.

50년이 지나도 남은 나비 한 마리

주말의 명화에서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도피와 감금이 반복되는 줄거리만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지나 이 곡의 사연을 알고 나서 다시 떠올려보니, 정작 남는 것은 스크린에 없던 그 노래 쪽이다. 화면에는 없지만 영화 밖에서 세 번이나 다시 불린 노래. 그 반복 자체가 이 영화의 주제와 닮았다.

앙리 샤리에르는 실제로 프랑스령 기아나의 악마섬에서 탈출해 여생을 자유인으로 살았다. 그가 가슴에 새겼다는 나비 문신처럼, 이 노래도 한 가수의 목소리에 갇히지 않고 여러 버전으로 날아다녔다. 어느 버전이 가장 낫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같은 가사가 다른 목소리를 거치며 조금씩 다른 자유를 노래했다고 보는 편이 이 곡에는 더 어울린다.

나비의 노래, 세 줄로

기악 테마에 가사를 붙여 완성한 노래다

제리 골드스미스의 '테마 프롬 빠삐용'에 할 셰이퍼가 가사를 붙여 'Free as the Wind'가 됐다.

험퍼딩크가 먼저 불렀지만 평가는 갈렸다

1974년 최초 발매된 험퍼딩크 버전은 혹평을 받았고, 앤디 윌리엄스의 해석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작 영화 스크린에는 흐르지 않은 노래다

홍보용 싱글로 따로 만들어져, 영화 본편에는 가사 없는 기악 테마만 삽입됐다.

참고한 기록들

  • Wikipedia, 「Papillon (1973 film)」
  •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oscars.org), 「The 46th Academy Awards | 1974」
  • Discogs, 「Jerry Goldsmith – Papillon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라이너 노트

핑계왕초

영화음악과 OST에 새겨진 시간을 기록합니다. 같은 노래가 세 사람의 목소리를 거치며 다르게 들린다는 걸 이번에 새삼 확인했습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년 8월 29일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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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는 없던 노래가 영화보다 오래 떠도는 사례는 이 영화만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