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음악 비하인드

엽기적인 그녀 OST, 성시경이 거절한 곡

by 핑계왕초 2026. 7. 11.

엽기적인 그녀(2001) OST I Believe는 김형석이 작곡하고 신승훈이 불렀다. 원래 성시경에게 먼저 갔다가 스케줄 문제로 거절당한 곡이었고, 저작권조차 신승훈이 양보했다. 이름 없는 그녀의 청춘에 새겨진 이 선율이 어떻게 완성됐는지 살펴본다.

성시경이 거절한 곡이 신승훈에게 왔다

바쁜 스케줄로 성시경이 녹음을 못 하면서 주인 없는 노래로 남았던 곡이다.

신승훈이 저작권을 김형석에게 양보했다

공동작곡 제안을 신승훈이 거절하고 자신의 몫을 김형석에게 넘겼다.

그녀에게 이름이 없는 이유가 있다

크레디트에도 대사에도 이름이 없는 설계가, 관객 각자의 이름을 채워 넣게 만든다.

참고한 기록들

  • 나무위키, 「I Believe(신승훈)」
  • 나무위키, 「신승훈」
  • IMDb, 「My Sassy Girl (2001)」

경남 양산 오봉산의 엽기 소나무를 그린 장면

경남 양산 오봉산의 엽기 소나무를 그린 장면 (Google Gemini AI 생성 이미지)

목차
  1. 성시경이 거절한 노래, 신승훈이 완성한 선율
  2. 곽재용 감독, 이름 없이 완성한 사랑
  3. 아시아 전역이 언덕 위로 올라간 이유

성시경이 거절한 노래, 신승훈이 완성한 선율

이 곡이 신승훈에게 처음부터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김형석 작곡가가 MBC 일타강사에서 직접 밝혔다. I Believe는 성시경에게 먼저 간 곡이었다. 당시 성시경이 스케줄로 너무 바빠 녹음을 하지 못했고, 곡은 잠시 주인 없는 노래로 남았다. 그 뒤 신승훈에게 왔다. 신승훈은 김형석의 작업실에서 우연히 이 곡을 듣고 일부분을 직접 수정했다. 그러니까 성시경에게 갔던 원곡과 신승훈이 발표한 곡은 엄밀히 다른 노래다.

신승훈이 작곡에 참여한 이상 공동작곡으로 이름을 올리는 게 원칙이었다. 김형석은 실제로 공동작곡으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신승훈이 자신의 몫을 양보했다. 본인이 작곡한 비중이 적고, 한국 작곡가들이 가수들보다 주목받지 못하는 처우를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다. 저작권 협회에는 김형석 작곡, 양재선 작사로만 등재됐다. 신승훈은 이 일을 단 한 번도 아쉬워한 적이 없다고 한다.

발매 순서도 뒤바뀌었다. I Believe는 2001년 영화 개봉과 함께 OST로 먼저 세상에 나왔다. 신승훈 정규 8집에 수록된 것은 2002년이다. 이 곡은 2005년 신승훈의 일본 진출 싱글로도 발매돼 오리콘 차트 13위에 올랐다. 신승훈이 저작권을 넘기지 않았다면, 이 곡은 지금 신승훈의 대표작이 아니라 성시경의 대표작으로 기억됐을 것이다. 그 갈림길에서 다른 목소리가 곡을 완성했다.

곽재용 감독, 이름 없이 완성한 사랑

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는 네티즌 김호식이 인터넷에 실명으로 연재한 실화 기반 글이 원작이다. 연재 당시부터 큰 반응을 얻었고, 곽재용 감독이 영화화를 결정했다.

영화에서 전지현이 연기한 그녀는 이름이 없다. 크레디트에도, 대사 안에도 이름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 선택이 영화의 핵심이다. 이름 없는 여자가 이름 없는 감정을 만들고, 관객은 그 자리에 각자의 이름을 채워 넣는다. 전지현은 이 영화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녀에게 이름이 있었다면, 관객은 특정한 한 사람의 이야기로 이 영화를 봤을 것이다. 이름을 지운 선택 덕분에, 견우(차태현)의 평범함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누구나의 자리가 될 수 있었다. 곽재용 감독은 견우를 통해 카메라 밖의 관객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였다. 특별한 능력도 잘난 외모도 없는 견우는, 그녀가 쓰러질 때 옆에 있었을 뿐이다.

대학 시절 딱 한 번 나가봤던 미팅이 떠오른다. 머리가 긴 그 여학생이 대뜸 "긴 머리는 사랑입니다"라고 했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대답 대신 억지웃음만 지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엽기적인 그녀도 어쩌면 그런 낯선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는, 사랑스러운 그녀였는지도 모른다.

아시아 전역이 언덕 위로 올라간 이유

엽기적인 그녀는 2001년 개봉과 동시에 그해 한국 영화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하며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새 기준을 세웠다. 해외에서의 반응은 더 컸다. 홍콩·대만·태국·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개봉해 한류 영화의 실질적인 확산 기점이 됐다. I Believe가 그 흐름을 탔다. 아시아 팬들이 영화 장면과 함께 이 노래를 검색했고, 신승훈이라는 이름이 한국 밖으로 나갔다. 2008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됐지만 원작의 감성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나는 지금도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전지현이 광고 모델로 나온 그 유명한 사진들이 먼저 떠오른다. 몸의 방향과 시선이 다른 그 구도들. 신승훈이 김형석과 함께 만든 이 노래는 성시경을 거쳐 신승훈의 목소리로 세상에 나왔다. 거절 하나가 방향을 바꿨고, 목소리 하나가 의미를 완성했다.

이 곡은 신승훈 공식 채널에서 들을 수 있다. 신승훈 - I Believe (신승훈 Official)

핑계왕초

거절 하나가 목소리 하나로 방향을 바꾸는 순간을 붙잡아 옮겨 적습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7.11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이 영화도 추천해요
OST 한 곡이 영화의 감정 전체를 완성하는 방식에 관심이 생겼다면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