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탈리스트(2024)는 다니엘 블럼버그의 오버처(서곡·영화 도입부에 전체 분위기를 압축해 연주하는 음악) 10분으로 첫 장면을 연다. 제97회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이 서곡은 215분 전체 서사를 압축해, 피아노 현 준비 기법과 즉흥 재즈로 전후 이민의 질감을 소리로 설계한다.
세 줄로 읽는 핵심
오버처 10분이 먼저 영화를 지은 방법
감독 브래디 코벳과 블럼버그는 기획 초기부터 이 10분을 함께 설계했다. 오프닝 시퀀스는 오버처 데모에 맞춰 촬영됐다. 소리가 화면보다 먼저 영화를 지었다.
두 번째 영화음악가가 아카데미를 가져간 이유
두 번째 영화 음악 작업으로 BAFTA와 아카데미를 동시에 수상했다. 오버처만 따로 들어도 하나의 서사가 완성된다. 영화 음악이 영화보다 먼저 영화가 된 사례다.
빈스 클라크가 건축 영화에 신스팝을 넣은 선택
에필로그는 1980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블럼버그는 Erasure와 Depeche Mode의 빈스 클라크와 뉴욕에서 협업해 신시사이저로 영화 주제를 재해석했다.
참고한 기록들
- • The Brutalist (2024), A24 / Universal Pictures — 감독 Brady Corbet, 음악 Daniel Blumberg
- • Milan Records, The Brutalist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 발매 2024년 12월 13일, 81분 39초
- •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97th Academy Awards Best Original Score 수상 기록 (2025)

브루탈리스트 OST 오버처 다니엘 블럼버그 음악 (Google Gemini AI 생성 이미지)
10분 서곡을 설계한 이유
음악이 먼저였다. 라즐로가 배에서 내리기도 전에 오버처가 먼저 울렸다. 감독 브래디 코벳과 블럼버그는 영화 기획 초기부터 이 10분을 함께 설계했고, 오프닝 시퀀스는 오버처 데모에 맞춰 촬영됐다. 소리가 화면보다 먼저 영화를 지었다.
브루탈리즘(Brutalism·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한 기능 중심 건축 양식)은 장식을 제거한다. 블럼버그의 오버처도 같은 방식으로 지어졌다. 날것의 금관악기, 피아노 현 준비 기법(prepared piano·피아노 현 사이에 이물질을 끼워 타악기적 음색을 만드는 현대 음악 기법), 더블 베이스의 저음이 층을 이루며 쌓인다. 설명 없이 무겁다.
오버처는 3파트로 구성된다. 각 파트는 라즐로의 이민 여정 단계를 소리로 새긴다.
| 파트 | 트랙명 | 러닝타임 | 음악 특징 |
|---|---|---|---|
| 1부 | Overture (Ship) | 4분 49초 | 준비 피아노·금관·혼돈의 소음, 대서양 횡단 |
| 2부 | Overture (László) | 3분 01초 | 솔로 피아노·개인 서사, 라즐로의 내면 |
| 3부 | Overture (Bus) | 2분 12초 | 브라스 하모니·새로운 출발, 미국 도착 |
표 1 — 브루탈리스트 오버처 3파트 구성 (총 10분 02초)
공간이 사람보다 먼저 말을 거는 방식이었다. 건축 영화에서 음악 역시 건축처럼 구조를 먼저 세운 것이다. 블럼버그는 영화의 7년 기획 기간 초기부터 코벳과 함께했다. 두 시간 이상의 음악을 썼고 최종 앨범에는 81분 39초가 남았다.
오버처가 열어젖히는 장면들
라즐로가 미국 땅에 첫발을 내딛는 장면에서 오버처가 울린다. 비스타비전(VistaVision·1950년대에 개발된 와이드스크린 필름 포맷으로, 이 영화는 약 60년 만에 이 형식으로 촬영됐다) 필름 특유의 알갱이 있는 질감 위로 트럼펫이 먼저 들어온다. 비좁고 낯선 공간, 타국의 소음, 그 위로 금관악기가 묵직하게 앉는다. 음악이 없었다면 이 장면은 기록화(documentary·사실 기록을 목적으로 한 영상물)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재즈 클럽 장면은 또 다르다. 블럼버그는 이 장면을 위해 4중주를 세트장에 직접 불러 세웠다. 피에르 보렐의 색소폰, 시몽 지거의 피아노, 조엘 그립의 더블 베이스, 앙토냉 제르발의 드럼이 블럼버그의 주제를 즉흥 재즈 버전으로 연주했다. 녹음이 아니다. 세트장에서 음악이 숨을 쉬었다. 그 생동감이 화면에 그대로 실렸다.
인터미션에서 자리를 일어났다. 오버처가 끝난 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 그 트럼펫 소리가 여전히 귀에 맴돌았다. 음악이 먼저 새겨지고, 영화가 나중에 따라오는 구조를 처음 경험한 날이었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 Overture (Ship), Daniel Blumberg
피아노 현부터 신스팝까지
블럼버그의 선택이 흥미로운 건 악기 목록 때문이다. 트럼펫, 색소폰, 피아노, 더블 베이스, 타악기. 여기에 현 준비 기법으로 가공된 피아노가 음색의 중심을 잡는다. 피아노는 구조물이다. 나무와 현과 해머로 이루어진 내부 건축물이다. 블럼버그는 그 내부를 변형해 새소리를 끌어냈다. 건축 영화에 맞는 음악 설계법이었다.
에필로그 트랙은 완전히 다른 층에 놓인다. 영화 후반 서사는 1980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Biennale·격년 개최 국제 예술·건축 행사)로 시간을 뛰어넘는다. 블럼버그는 이 장면을 위해 뉴욕으로 날아가 빈스 클라크(Vince Clarke·Erasure, Depeche Mode, Yazoo를 거친 신스팝 선구자)와 협업했다. 신시사이저(synthesizer·전자적으로 음색을 합성해 만드는 악기)와 드럼 머신이 영화 전체 주제를 재해석한다. 콘크리트 위로 전자음이 흐른다.
다른 영화 음악이라면 시대를 넘는 이 점프에서 음악적 일관성을 포기했을 것이다. 블럼버그는 오히려 이 거리를 이용했다. 전반부 오버처의 주제가 신스팝 안으로 스며들며, 오케스트라와 전자음이 같은 구조물의 다른 층이었음을 드러낸다. 35년의 시간이 음악 안에서 맞닿는다. 녹음 역시 달랐다. 영국과 유럽 전역을 이동식 녹음 장비를 들고 돌아다니며 연주자들을 현장에서 직접 포착했다. 스튜디오의 안전망을 걷어내고 공간의 잔향을 음악 안으로 끌어들인 방식이다.
아카데미가 고른 건축 음악
다니엘 블럼버그는 영국 출신 뮤지션이다. 2005년, 15세에 밴드 캐이준 댄스파티(Cajun Dance Party)를 공동 설립했다. 영화 음악 작업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두 번 만에 BAFTA 음악상과 제97회 아카데미 음악상을 동시에 가져갔다.
아카데미가 이 음악을 선택한 이유는 어렵지 않다. 브루탈리스트 OST는 영화에 기생하지 않는다. 오버처만 따로 떼어내도 하나의 서사를 완성한다. 영화 없이도 들을 수 있고, 영화와 함께 들으면 화면이 달리 보인다. 영화 음악의 자율성이 이 수준에 닿을 때 아카데미가 움직인다.
브루탈리스트는 제8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은사자상)을 받았다. 제97회 아카데미에서는 남우주연상·촬영상·음악상 3개 부문을 수상했고,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총 제작비 약 1,000만 달러, 상영 215분에 인터미션 15분. 쇼트폼의 시대에 이 영화는 길이 자체로 하나의 건축물이었다.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핑계왕초
영화음악과 OST에 새겨진 시간을 기록합니다. 인터미션에서 자리를 일어났을 때 트럼펫 소리가 여전히 귀에 남아 있었습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년 7월 28일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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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비엔나의 오케스트라가 또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겟아웃의 작곡가 마이클 에이블스와 나홍진 감독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