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OST 'City of Stars'는 저스틴 허위츠가 작곡해 제89회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세바스찬이 헤르모사 비치 부두에서 혼자 흥얼거리던 그 선율이 어떻게 관객의 기억에 새겨졌는지, 그리고 개봉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이어폰 안에 살아 있는지 살펴본다.
세 줄로 읽는 핵심
OST가 아니라 영화가 음악의 그릇이 된 이유
곡을 들으면 영화가 보이고, 영화를 떠올리면 그 멜로디가 먼저 온다. OST가 영화를 따라오는 게 아니라 영화가 음악의 그릇이 된 드문 사례다.
1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이어폰 안에 남은 이유
2016년 극장에서 처음 들린 피아노 소리는 개봉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누군가의 이어폰 안에 있다. 오케스트라 대신 피아노 한 대를 선택한 것이 그 이유다.
재즈가 죽어간다는 영화에서 살아남은 한 곡
세바스찬은 재즈가 죽어가는 장르라고 말한다. 그런데 'City of Stars'는 지금도 카페와 피아노 학원과 저녁 지하철 안에서 연주되고 있다.
참고한 기록들
- • La La Land (2016), Summit Entertainment / Lionsgate — 감독 Damien Chazelle, 음악 Justin Hurwitz
- •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89th Academy Awards Best Original Song — "City of Stars" 수상 (2017)
- • Motion Picture Association, "Composer Justin Hurwitz on Creating La La Land's Gorgeous Score" 인터뷰 (2016)

2016년 라라랜드, 헤르모사 비치 부두 어딘가에서 울린 피아노 소리 (Google Gemini AI 생성 이미지)
왜 이 곡이 영화를 끌었나
저스틴 허위츠와 데이미언 셔젤은 하버드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의 협업은 2009년 단편 〈공원 벤치의 가이와 매들린〉에서 시작됐고, 〈위플래시〉(2014)를 거쳐 〈라라랜드〉로 이어졌다. 허위츠는 이 음악을 "감정적인 장소에서 작곡했다"라고 말했다. 로맨틱해야 하고, 희망적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씁쓸한 맛이 있어야 했다고. 그 세 가지가 한 멜로디 안에 들어가야 했다.
허위츠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피아노 스케치로 먼저 멜로디를 제안했고, 셔젤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장면을 구체화했다. 가사는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썼다. 이 영화에서 두 곡이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동시 올랐는데, 'Audition (The Fools Who Dream)'을 밀어내고 'City of Stars'가 수상했다. 같은 영화에서 두 곡이 경쟁한 드문 경우였다.
'City of Stars'는 재즈의 외피를 걸친 팝 발라드다. 재즈 즉흥 연주의 숨결과 팝 멜로디의 반복성을 함께 품는다. 피아노 선율이 사라지고 나서도, 이 곡은 어디서 처음 왔는지를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이 곡이 영화 밖에서도 살아남은 첫 번째 이유다.
세바스찬이 치던 그 멜로디
영화 안에서 'City of Stars'가 처음 등장하는 장소는 로스앤젤레스 헤르모사 비치 부두다. 밤이고, 바람이 있고, 세바스찬은 혼자다. 반주 없이 그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걷는다. 장면이 길지 않다. 그런데 그 짧음이 오래간다.
라이언 고슬링은 이 역할을 위해 피아노를 처음부터 배웠다. 촬영 3개월 전부터 하루 수 시간씩 건반을 쳤고, 영화 속 모든 피아노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연주했다. 데이미언 셔젤이 "전부 라이언이다(It's all Ryan)"라고 했다. 손가락이 직접 건반에 닿는다는 사실이 카메라에 잡혔다. 세바스찬의 연주가 어색하지 않은 이유가 거기 있다.
나중에 두 사람이 함께 'City of Stars'를 부를 때, 이번엔 쓸쓸하지 않다. 아직 무언가 가능한 것처럼 들린다. 같은 멜로디가 두 번 쓰이면서 그 사이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는다. 음악이 대사보다 먼저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말해주는 구조였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 City of Stars, Ryan Gosling & Emma Stone (La La Land OST)
재즈 하나로 만든 감정의 무게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는 오케스트라를 쓴다. 넓고 풍성한 음색으로 감정을 끌어올린다. 〈라라랜드〉는 그 관습을 거슬렀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맘마미아〉의 앙상블 에너지와는 결이 다르다. 오케스트라를 쓰지 않아서 생긴 빈 공간이 보이기 때문에, 혼자 치는 소리가 오히려 더 크게 들린다.
이 곡은 장조와 단조의 경계를 흐린다. 기쁜 것 같기도 하고 쓸쓸한 것 같기도 하다. 동시에. 몽타주(장면을 편집으로 연결해 의미를 생성하는 기법)를 통해, 음악은 영화 속 시간의 흐름을 담당한다. 세바스찬이 밴드 투어를 준비하는 장면과 미아가 연극을 준비하는 장면이 교차되는 동안, 같은 멜로디가 두 사람의 거리를 늘이면서도 이어 놓는다. 편집이 움직이는 동안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
재즈가 죽어가는 장르라고 말한 인물이 나오는 영화에서, 'City of Stars'는 개봉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카페에서, 피아노 학원에서, 저녁 지하철 이어폰 속에서 연주되고 있다. 이 역설이 이 곡이 남긴 가장 강한 증거다.
10년 가까이 남는 이유
2026년이다. 〈라라랜드〉 개봉 10주년이 가까워진 지금도, 'City of Stars'는 스트리밍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보통은 OST가 영화를 따라온다. 이번엔 순서가 반대다. 곡을 들으면 영화가 보이고, 영화를 떠올리면 그 멜로디가 먼저 온다.
극장을 나온 뒤 도심의 소음이 잠깐 달리 들렸다. 가로등 하나가 유독 밝아 보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영화가 그렇게 끝났기 때문인지, 그 멜로디가 귀 안에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인지. 둘 중 어느 쪽인지는 지금도 모른다.
허위츠는 이 음악을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닿는 것"으로 썼다고 했다. 세바스찬의 꿈은 영화 안에서 끝났다. 그런데 그 피아노 소리는 영화 밖에서도 계속 누군가의 귀 안에 들어가고 있다. 아직도.
핑계왕초
영화음악과 OST에 새겨진 시간을 기록합니다. 극장을 나온 뒤 가로등 하나가 유독 밝아 보였던 그 밤을 아직 기억합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년 7월 24일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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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한 대가 영화를 이끄는 방식은 여기서만 쓰인 게 아니었습니다. 평생 배에서 내리지 않은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