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장난(1952) OST 로망스는 나르시소 예페스가 스물다섯에 어머니를 위해 다듬어둔 편곡을 영화에 그대로 가져온 곡이다. 기타 한 대가 전쟁 속 두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간다. 그 선율이 방송을 타고 한국 안방까지 흘러온 방식을 살펴본다.
어머니를 위해 다듬어둔 곡을 꺼냈다
새 곡을 쓰는 대신, 평소 손봐두었던 개인적인 편곡을 스크린 전체로 옮겼다.
열 줄 기타로 더 많은 음을 찾았다
여섯 줄로는 부족해 네 줄을 더한 기타로, 손가락이 갈 길을 스스로 늘렸다.
가을동화가 다시 세대를 넘겼다
영화를 보지 못한 세대도 드라마 삽입을 통해 같은 멜로디를 알게 됐다.
참고한 기록들
- Wikipedia, 「Forbidden Games」
- Wikipedia, 「Romance (guitar piece)」
- Wikipedia, 「Narciso Yepes」

클래식 기타 줄 위에 머문 손가락, 로망스 도입부를 연주하는 장면 (Google Gemini AI 생성 이미지)
예페스, 어머니를 위한 편곡이 영화 전체를 채우다
기타를 배우면서도 한참 몰랐다. 이 곡이 원래 영화를 위해 쓴 곡이 아니라는 것을. 나르시소 예페스는 스페인 남동부 로르카 출신이다. 스물다섯이던 해, 영화음악 섭외를 받고 고민하던 그가 결국 꺼내든 것은 새로 만든 곡이 아니었다. 평소 어머니께 들려드리려고 따로 손봐 두었던 편곡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한 사람을 위해 다듬어진 선율이 영화관 스크린 전체를 채우는 곡이 됐다.
곡의 뿌리는 더 오래됐다. 19세기 스페인 기타리스트 안토니오 루비라가 만든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보다 먼저 스페인 민요로 떠돌던 선율이라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1952년 영화 이전에 출판된 악보와, 1900년 무렵 실린더 녹음까지 존재한다. 영화 크레딧에는 이 곡이 "전통곡: 편곡 나르시소 예페스"로 표기됐다. 정확한 작곡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누군가 만들었지만 누구의 것도 아닌 곡이 한 사람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예페스가 곡의 진짜 기원을 밝히고 갔다면, 이 로망스는 그저 여러 무명 편곡 중 하나로 남았을 것이다. 자신이 어머니를 위해 다듬은 개인적인 버전이라는 이야기가 함께 따라붙었기에, 관객은 이 선율을 스크린 속 아이들의 사연이자 동시에 한 연주자의 사적인 기억으로 함께 듣게 된다.
베니스 금사자상, 진짜 작곡가는 끝내 몰랐다
왜 여섯 줄로는 부족했을까. 예페스는 이후 보통보다 줄 네 개를 더한 열 줄짜리 기타를 쓰기 시작했다. 줄을 늘리면 손가락이 갈 길도 늘어난다. 그런데도 그는 그 복잡함을 택했다. 더 많은 음을 듣기 위해서였다. 영화 금지된 장난은 1952년 르네 클레망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금사자상과 칸 영화제 독립 부문 그랑프리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아카데미로부터 외국어영화 부문 특별상을 받았는데, 당시는 외국어영화상이 정식 경쟁 부문으로 자리 잡기 전이라 명예상 형태로 주어졌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다섯 살 소녀 폴레트와 열한 살 소년 미셸이 죽음을 이해하려 무덤 놀이를 시작하는 이야기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 전쟁이라는 설정 위에, 예페스의 기타 선율이 시종일관 흐른다. 이 영화가 정식 오케스트라 스코어를 썼다면, 아이들의 시선이라는 순진함은 어른의 언어로 무겁게 가라앉았을 것이다. 기타 한 대의 단선율만으로 감정을 지탱한 선택이, 그 순진함의 결을 깨뜨리지 않고 끝까지 지켰다.
흑백텔레비전 앞에서 가을동화까지, 두 번 건너온 선율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작은 흑백 화면 앞에 앉아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이 영화는 한국에 1958년 개봉했고, 그 뒤로 토요명화·주말의 명화에서 몇 년에 한 번씩 다시 방영됐다. 그 화면 앞에 앉아 있던 것도 아마 그 재방영 중 하나였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헤어진 두 아이 중 하나가 이름을 부를 때, 그 위로 기타 선율이 흐른다. 그 장면을 처음 보고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던 기억이 있다.
세월이 흘러 로망스는 드라마 가을동화(2000)에 삽입되며 또 한 번 알려졌다. 영화를 보지 못한 세대도 멜로디만큼은 알게 됐다. 한 곡이 전해지는 방식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기타를 배우던 누군가가 다음 사람에게 직접 손가락 자리를 짚어주는 방식. 다른 하나는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토요명화가 같은 선율을 수만 가구에 동시에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나는 기타를 그렇게 오래 잡지 못했다. 몇 달 배우다 손을 놓았다. 그래도 도입부의 그 자리만은 손에 남았다. 열 줄을 다루던 예페스의 손도, 여섯 줄도 못 끝낸 내 손도, 같은 곡 앞에서는 같은 자리를 짚었을 것이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Narciso Yepes, 「Jeux interdits (Romance)」, Jeux interdits Film Score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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