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OST, 겟아웃 작곡가가 고른 비엔나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호프>(2026)의 음악감독은 <겟아웃>·<어스>의 마이클 에이블스다. 그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70여 명의 오케스트라를 녹음해 나홍진표 공포의 스케일을 완성했고, 그 음악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을 통과해 오늘 한국 극장에 걸렸다.
세 줄로 읽는 핵심
곡성 이후 10년, 나홍진이 선택한 음악감독
<곡성>에서 무속 음악의 장영규를 선택했던 나홍진이 이번엔 <겟아웃>의 마이클 에이블스를 골랐다. 두 선택 사이에 이 감독의 방향이 있다.
겟아웃 작곡가가 비엔나를 선택한 이유
클래식 배경의 에이블스는 조던 필의 사회 공포를 합창과 오케스트라로 구현했다. 나홍진의 우주적 공포를 담기 위해 비엔나 70인 오케스트라를 선택했다.
칸 경쟁 부문을 통과한 공포 오케스트라의 방식
제79회 칸 경쟁 부문에서 현지 반응은 엇갈렸지만 음악에 대한 언급은 일관됐다. 화면보다 먼저 공포를 감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참고한 기록들
- • 위키백과, 「호프 (2026년 영화)」 — 감독 나홍진, 음악 Michael Abels, 주연 황정민·조인성·정호연
- • Variety, "Cannes Film Festival 2026 Lineup" — 제79회 칸 경쟁 부문 22편 중 <호프> 공식 초청 확인 (2026년 4월)
- • IMDb, Michael Abels 필모그래피 — Get Out (2017), Us (2019), Nope (2022) 음악감독 기록

호프 (HOPE) — 고립된 어촌의 밤 (Google Gemini AI 생성 이미지)
마이클 에이블스란 누구인가
오늘이 개봉 첫날이다.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해 쓰는 것은 어색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래도 된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에서 먼저 알고 싶었던 것은 하나였다. 이번엔 어떤 음악을 선택했는가. 마이클 에이블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찾아보니 이미 알고 있는 영화들의 음악을 만들었다.
마이클 에이블스(Michael Abels)는 미국 감독 조던 필의 영화 세 편을 연속으로 담당한 작곡가다. <겟아웃>(2017), <어스>(2019), <놉>(2022). 세 편 모두 장르 공포영화이지만 단순한 공포음악이 아니다. 에이블스는 각 영화에서 합창, 아프리카 음악, 클래식 구조를 엮어 독자적인 공포의 질감을 만들어왔다. 사운드 하나로 장르의 문법을 바꾸는 방식이다.
<호프> 예고편에 사용된 음악이 바로 마이클 에이블스의 작업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싱크론 스테이지(Synchron Stage Vienna·할리우드 대형 제작들이 사용하는 오케스트라 전문 녹음 스튜디오)에서 70여 명의 연주자가 함께 녹음했다. 한국 영화가 이 공간을 사용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예고편 음악을 실제로 틀어봤는데, 안개 낀 해안 마을 장면에 현악이 낮게 깔리다가 합창이 얹히는 지점에서 스피커 볼륨을 낮췄다.
유튜브에서 "호프 2026 예고편 나홍진" 또는 "HOPE 2026 trailer Na Hong-jin"으로 검색하면 마이클 에이블스의 오케스트라 음악을 확인할 수 있다.
나홍진 감독의 음악 선택이 말하는 것
나홍진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음악감독 선택은 일관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다르다. <추격자>(2008)와 <황해>(2010)에서는 긴장감 있는 전자음악 기반의 사운드가 도시 스릴러의 속도를 결정했다. <곡성>(2016)에서는 장영규가 음악을 맡았다. 장영규는 한국 무속 음악, 민속 선율, 제의적 리듬을 영화음악에 녹여낸 작곡가다. <곡성>의 음악이 마을굿과 경계 위에 있었던 이유다.
장영규가 한국의 무속 음악 안에서 공포를 찾았다면, 마이클 에이블스는 서구 클래식 오케스트라와 아프리카 합창 사이에서 공포를 찾는다. 나홍진이 두 감독의 중간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을 골랐다는 신호다. 한국 영화 해외 선판매 사상 최고액으로 팔린 영화에 맞는 음악을 찾은 결과다. 곡성의 장영규 음악과 이번 예고편 음악을 나란히 다시 들어보면, 장영규 쪽은 소리가 안에서 새어 나오는 느낌이고 에이블스 쪽은 바깥에서 조여오는 느낌이다.
칸 경쟁부터 오늘 개봉까지
<호프>의 세계 초연은 2026년 5월 17일 칸 영화제 경쟁 부문이었다. 현지 반응은 나홍진 감독의 액션 연출에 대한 극찬과 일부 VFX에 대한 지적으로 나뉘었다. 제작진은 칸 이후 약 2개월간 추가 후반 작업과 편집을 거쳐 오늘 최종본을 극장에 걸었다. 원본 디렉터스 컷(160분)보다 4분이 짧아진 156분짜리가 국내 개봉본이다.
마이클 에이블스가 <겟아웃>에서 보여준 것은 음악으로 관객을 감금하는 기술이었다.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귀를 통해 먼저 탈출로를 막는 방식이었다. 나홍진 감독이 그 음악감독을 선택했다는 것이 이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관객을 옭아맬지를 짐작하게 만든다.
북미에서는 NEON이 배급을 맡아 9월 9일 개봉 예정이다. 마이클 에이블스의 OST가 그 각각의 극장에서 어떻게 들릴지, 오늘 한국 관객이 그 첫 번째 자리에 있다. 이 글을 정리하는 지금도 예고편 음악이 귀에 남아 있다. 정작 관람은 다음으로 미뤄둔 채, 소리만 먼저 기억에 자리를 잡았다.
핑계왕초
영화음악과 OST에 새겨진 시간을 기록합니다.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해 음악감독 이름부터 찾게 된 것은 이 글이 처음이었습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년 7월 16일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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