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북(2018) OST는 29세 신예 크리스 바워스가 작곡했다. 그는 돈 셜리의 실제 연주를 음표 하나하나 채보해 마허샬라 알리의 손 대역까지 3개월간 맡았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이 영화에서 진짜 연주자는 정작 스크린에 나오지 않는다.
크리스 바워스가 셜리의 연주를 채보했다
재즈와 클래식을 동시에 다루는 독특한 스타일을 음표 단위까지 그대로 옮겼다.
손 대역이라는 사실이 처음엔 숨겨졌다
알리의 연기력을 강조하려 초기 홍보에서 이 사실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
OST가 밀란 레코드 최고 스트리밍을 세웠다
발매 후 두 달 만에 100만 스트림을 넘기며 레이블 역사상 최고 재즈 사운드트랙이 됐다.
참고한 기록들
- Wikipedia, 「Green Book (soundtrack)」
- NPR, 「How Pianist Kris Bowers Found His Inner Virtuoso For Oscar-Nominated 'Green Book'」(2019)
- The Hollywood Reporter, 「'Green Book' Composer Kris Bowers Performs for Hollywood A-List」(2019)

흑인 재즈 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 (Google Gemini AI 생성 이미지)
크리스 바워스, 채보로 되살린 돈 셜리의 손
피터 패럴리 감독은 이 영화를 준비하며 "미국 최고의 피아니스트"를 구글에 검색했다. 그렇게 찾은 사람이 당시 29세였던 크리스 바워스다. 줄리아드 음대 출신으로 재즈와 클래식을 넘나드는 연주자였던 그는 처음엔 알리의 손 대역만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스코어 작곡까지 함께 하는 조건이 아니면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패럴리 감독은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바워스는 돈 셜리의 실제 음반을 음표 하나하나 채보했다. 셜리의 연주에는 재즈의 즉흥성과 클래식의 정교함이 동시에 있었다. 바워스는 이를 "재즈 어휘로 연주하지만 모든 게 지극히 클래식하고 기교적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 스타일을 재현하는 동시에,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도 새로 작곡해야 했다. 셜리를 흉내 내는 곡과 바워스 자신의 곡을 같은 앨범 안에서 구분해야 하는 이중 작업이었다.
클로즈업으로 잡힌 알리의 손은 사실 바워스의 손이었다. 패럴리 감독은 알리가 처음 피아노 앞에 앉는 장면을 편집 없이 한 테이크로 찍자고 고집했다. 카메라가 손에서 시작해 서서히 전신으로 빠지는 그 장면이 통했던 이유는, 바워스가 3개월간 알리에게 직접 피아노 운지법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알리는 쇼팽을 실제로 연주할 수준까지 배우려 하지 않았다. 대신 건반 앞에 앉는 자세와 감각을 몸에 새기는 데 집중했다.
돈 셜리, 남부로 간 클래식 피아니스트의 실화
돈 셜리는 실존 인물이다. 자메이카계 미국인으로, 뉴욕 필하모닉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곡을 작곡했고 피아노 협주곡과 현악 4중주까지 남긴 클래식 작곡가였다. 동시에 재즈 트리오를 이끌며 대중적으로도 활동했다. 영화는 1962년 그가 이탈리아계 미국인 경호원 겸 운전기사 토니 발레롱가와 함께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미국 남부를 순회공연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돈 셜리는 2013년 4월 6일 세상을 떠났다.
바워스는 이 작업에서 개인적인 접점을 발견했다. 그의 조부모가 텍사스 팬핸들 지역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다시 그 사이를 오가며 살았던 경험이 영화의 여정과 겹쳤다. 이 개인적 연결이 그가 셜리의 음악에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영화 후반, 흑인들만 드나들던 작은 블루스 클럽에서 셜리가 쇼팽의 연습곡 Op.25 No.11 '겨울바람'을 연주하는 장면이 있다. 클래식 무대의 격식을 벗고 자신의 뿌리와 만나는 순간이다. 흥미롭게도 이 곡은 OST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가장 상징적인 이 장면의 연주가, 앨범에서는 빠져 있는 셈이다.
작품상 논란 속 100만 스트림을 넘긴 앨범
그린 북 OST 앨범은 2018년 11월 16일 밀란 레코드에서 발매됐다. 바워스의 오리지널 스코어, 시대 배경에 맞춘 재즈·블루스 곡들, 그리고 셜리 본인의 실제 녹음까지 총 31곡, 58분 분량이다. 2019년 1월 하루 약 1만 회씩 스트리밍되던 이 앨범은 2월 들어 그 수치가 두 배로 뛰었고, 결국 전 세계 100만 스트림을 넘기며 밀란 레코드 역사상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재즈 사운드트랙이 됐다.
이 영화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마허샬라 알리는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문라이트(2016)에 이은 두 번째 오스카를 품에 안았다. 다만 작품상 수상 이후 인종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피상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셜리의 유족은 영화가 실제 관계를 왜곡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논란과 별개로, 스크린에 드러나지 않은 바워스의 손과 채보 작업은 이 영화의 음악적 완성도를 지탱한 실질적인 축이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알리가 받았지만, 건반 위의 손가락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워스의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다시 보면, 클로즈업된 손의 움직임이 다르게 보인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Kris Bowers, 「Water Boy - The Don Shirley Trio」, Green Book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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