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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비하인드

부산행 OST, 두 번 부른 알로하 오에

by 핑계왕초 2026. 7. 9.

부산행(2016) OST는 장영규가 작곡한 오케스트라 스코어에 하와이 민요 알로하 오에를 두 번 겹쳐놓는다. 아빠를 기다리며 멈춘 노래가 아빠를 보내며 완성되는 구조다. 좀비 영화가 왜 1,156만 관객을 울렸는지 그 배치를 살펴본다.

알로하 오에가 처음과 끝에 배치됐다

학예회에서 멈춘 노래가 터널 속에서 완성되기까지, 117분이 그 사이에 놓인다.

나라 잃은 여왕이 쓴 이별의 노래다

1878년 하와이 여왕 릴리우오칼라니가 작곡한 이 곡은 원래 재회를 기약하는 노래였다.

1,156만 관객이 좀비 때문에 울지 않았다

눈물의 이유는 감염이 아니라, 아버지가 딸을 지키기 위해 돌아선 그 순간이었다.

참고한 기록들

  • 위키백과, 「부산행」
  •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부산행」(연상호, 2016)
  • IMDb, 「Train to Busan (2016)」

터널 속 어둠에서 수안이 홀로 노래하는 장면

터널 속 어둠에서 수안이 홀로 노래하는 장면 (Google Gemini AI 생성 이미지)

목차
  1. 알로하 오에가 처음과 끝에 배치된 이유
  2. 연상호 감독, 애니메이션에서 실사 블록버스터로
  3. 156개국이 흔들린 순간

알로하 오에가 처음과 끝에 배치된 이유

부산행 OST를 담당한 장영규는 타짜, 전우치, 곡성의 음악을 맡은 영화음악 감독이다. 인디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 출신으로 실험적 사운드와 상업 영화음악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 인물이다. 그의 부산행 스코어는 오케스트라 중심이다. 현악 섹션이 긴장을 쌓고, 타악기가 속도를 밀어붙이며, 목관악기가 감정의 틈을 채운다. 좀비 영화의 공포와 가족 드라마의 서정이 하나의 악보 안에 공존한다.

그 사이에 알로하 오에가 두 번 들어간다. 첫 번째는 영화 서두다. 수안(김수안)이 학예회 무대에서 알로하 오에를 부르다 멈추는 장면이 나온다. 아빠 석우(공유)가 객석에 없었다. 노래는 중간에 잘린다. 두 번째는 영화 마지막이다. 터널 속 어둠에서 수안이 혼자 알로하 오에를 부른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다. 이번에는 끝까지 부른다.

같은 노래를 두 번째에도 중간에서 잘랐다면, 이 영화는 상실만 반복하는 구조로 남았을 것이다. 두 번째에 노래를 완성시킨 선택이 있었기에, 첫 장면의 멈춤이 결핍이 아니라 나중에 채워질 약속으로 재해석된다. 처음에는 아빠를 기다리며 멈춘 노래였고, 마지막에는 아빠를 보내며 완성한 노래가 된다. 장영규는 이 두 배치 사이에 117분을 넣었다.

연상호 감독, 애니메이션에서 실사 블록버스터로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이전까지 애니메이션 감독이었다.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등 사회 비판적 색채가 강한 독립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인물이다. 부산행은 그의 첫 실사 영화였다. 연상호는 부산행을 단순한 좀비 영화로 설계하지 않았다. KTX라는 밀폐 공간 안에 이기심과 희생이라는 두 가지 인간 본성을 충돌시켰다. 석우는 처음에 자신과 딸만 살아남으려 한다. 상화(마동석)는 낯선 사람을 위해 몸을 던진다.

실사 데뷔작임에도 연상호 감독은 좀비 움직임의 물리적 특성을 정교하게 설계했다. 빛이 차단되면 좀비가 방향을 잃는다는 규칙이 핵심 장치다. 이 규칙 하나로 터널 장면, 화장실 장면, 어둠 속 이동 장면이 모두 만들어졌다. 부산행은 2016년 제69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연상호에게는 돼지의 왕에 이은 두 번째 칸 초청이었고, 공식 섹션으로는 첫 번째였다. 상영 후 10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이 영화가 단순한 장르 영화를 넘어선 이유는 상화의 마지막 장면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임신한 성경(정유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좀비 무리 앞에 서는 그 장면. 장영규의 현악 선율이 깔리는 그 10초. 극장에서 소리 내어 울었던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156개국이 흔들린 순간

부산행은 2016년 7월 18일 개봉해 19일 만에 천만 관객을 넘겼고, 최종 1,156만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에서 좀비 블록버스터라는 장르 자체가 전례가 없었다. 해외에서도 팔려나가 미국 개봉 흥행 수익만 212만 달러를 기록했고, 프랑스 고몽사가 할리우드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였다. 부산행 이후 한국 좀비 장르는 빠르게 확장됐다. 드라마 킹덤(2019), 지금 우리 학교는(2022)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K-좀비라는 독립된 범주가 생겨난 기점을 꼽는다면, 부산행이 그 자리에 있다.

나는 지금도 알로하 오에가 들리면 터널 속 수안이 떠오른다. 부산행 OST에서 장영규가 이 곡을 처음과 끝에 배치한 것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었다. 연상호 감독이 좀비 영화 안에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심은 방식과 같다. 겉으로 보이는 장르와 안쪽에 있는 감정이 다른 영화였다. 1,156만 명이 극장에 간 이유는 좀비 때문이었겠지만, 눈물을 닦은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Liliuokalani, 「Aloha Oe」, 1963년 녹음, Mahalo Records)

핑계왕초

같은 노래가 처음과 끝에서 다르게 완성되는 구조를 붙잡아 옮겨 적습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7.9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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