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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애즈타임고즈 바이·워너 로고

by 핑계러 2026.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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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에서 옛 영화를 고르다가, 정작 귀에 익은 건 본편이 아니라 로고 인트로에서 흘러나온 몇 마디였다. 카사블랑카의 라이트모티프인 'As Time Goes By'가, 80년 넘게 워너브라더스 로고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안다.

이 곡은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영화보다 11년 먼저 태어난 노래였다. 그 사실을 알고 다시 보니, 영화 한 편보다 노래 한 곡이 더 오래 살아남은 셈이다. 로고 몇 마디가 본편보다 먼저 말을 건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를 따라가다 보니 음악감독의 고집, 11년이라는 시차, 80년 동안 이어진 로고까지 한 줄로 엮였다.

라이트모티프가 된 단 한 곡

카사블랑카의 음악감독 맥스 스타이너는 처음부터 이 노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자신이 새로 곡을 써서 교체하고 싶어 했지만, 이미 촬영이 끝난 장면들에 노래가 너무 깊이 박혀 손댈 수 없었다.

결국 스타이너는 이 곡을 들어내는 대신, 영화 전체의 라이트모티프로 끌어안는다. 릭과 일사가 재회하는 장면마다, 헤어지는 장면마다 같은 멜로디가 다른 화성으로 변주되어 흐른다.

영화 안에서도 이 곡은 한 번 금지됐다가 다시 허락된다. 릭은 자신의 술집에서 이 곡을 연주하지 말라고 못 박아 두었는데, 일사가 부탁하자 피아니스트 샘은 머뭇거린다. 결국 연주를 듣게 된 릭은, 그 멜로디야말로 일사와의 기억을 가장 정확히 불러낸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이 선택이 음악감독의 패배가 아니라고 본다. 원치 않던 곡을 거부하지 못해 끌어안은 결과가, 오히려 영화 전체를 하나로 묶는 장치가 됐다. 한 곡이 인물의 심리를 대리하는 정도를 넘어, 영화의 구조 자체를 떠받치게 된 셈이다.

흥미로운 건 이 멜로디가 매번 같은 감정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상 장면에서는 따뜻한 장조로, 이별의 순간에는 가라앉은 단조로 변주되며 인물의 현재 위치를 알린다. 가사 한 줄 없이도 멜로디만으로 관계의 온도를 전달하는 셈이다.

 

항목 내용

곡명 As Time Goes By
작사·작곡 허먼 업펠드
최초 발표 1931년 (브로드웨이 'Everybody's Welcome')
영화 삽입 1942년 카사블랑카
가창 둘리 윌슨(샘 역)

 

감상하기: As Time Goes By - Dooley Wilson (Spotify 공식, Casablanca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 https://open.spotify.com/track/5X0M16GjlZYN1WjPNzerb5

 

카사블랑카-험프리 보가트

11년 묵은 노래를 고른 이유

이 곡이 처음 태어난 곳은 영화관이 아니라 브로드웨이 무대였다. 1931년 허먼 업펠드가 'Everybody's Welcome'이라는 레뷰에 써넣은 노래가, 11년의 시차를 두고 카사블랑카에 도착한 셈이다. 영화가 만들어진 1942년 기준으로는 이미 한 세대 전 곡이었다.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제작진은 굳이 오래된 유행가를 고른다. 나는 이 선택이 의도적이라고 본다. 새 곡이었다면 그저 사랑 노래로 들렸겠지만, 한 세대 전에 유행했던 곡이기에 듣는 순간 '예전'이라는 시간감이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릭과 일사가 파리에서 사랑했던 시절은 전쟁 전, 평화롭던 과거다. 11년 묵은 노래 한 곡이 설명 없이도 그 시절의 온도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역사적 맥락과 음악의 나이가 정확히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셈이다.

영화의 개봉 자체도 시대와 맞물려 있다. 1942년 말, 연합군의 북아프리카 상륙 소식이 전해지던 시점에 맞춰 개봉이 앞당겨졌다고 알려져 있다. 시사적 긴박함과 11년 묵은 노래의 여유로운 향수가, 같은 영화 안에서 공존하는 셈이다.

전쟁 중인 관객에게 필요했던 건 최신 유행가가 아니라, 전쟁이 시작되기 전의 시간을 불러오는 곡이었을지도 모른다. 새것이 아니라 낡은 것을 고른 선택이, 오히려 그 시절 관객의 마음을 더 정확히 겨눈 셈이다.

워너 브라더스 로고에 남은 80년

영화는 1942년에 끝났지만, 노래는 끝나지 않는다. 워너브라더스가 자사 로고에 이 곡의 마지막 여섯 마디 남짓을 박아 넣은 건 1999년의 일이다. 영화보다 한참 늦게 시작된 이 두 번째 생애가, 지금도 모든 워너 영화와 드라마 앞에서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나는 이 지점이 흥미롭다고 본다. 영화 본편보다 그 안에 담겼던 노래 한 곡이 더 오래, 더 넓게 살아남았다. 영화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곡을 가져와 쓰고, 그 곡이 다시 스튜디오 전체의 정체성으로 굳어지는 흐름이다.

이 곡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영화 음악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꼽힌다. 그 명성은 영화 한 편의 인기를 넘어, 이후 수많은 가수들이 따로 다시 부른 커버 버전들이 쌓이며 더 단단해졌다.

지금 영화들이 오리지널 스코어보다 이미 유명한 곡을 가져와 마케팅 자산으로 쓰는 방식을 적극 활용하는데, 카사블랑카는 그 원형에 가깝다고 나는 본다. 곡을 빌려 쓴 영화가, 오히려 그 곡을 80년 넘게 살려둔 셈이다.

영화 한 편의 수명과 노래 한 곡의 수명이 이렇게까지 벌어진 사례는 흔치 않다. 본편을 본 적 없는 사람도 로고 음악은 어디선가 들어봤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그 격차를 가장 잘 보여준다. 빌려 쓴 노래가 빌려준 영화보다 더 오래, 더 널리 기억되는 역전이다.

핑계 한 줄

카사블랑카를 다시 보면서 가장 오래 머문 장면은 정작 본편이 아니라 시작 전 워너 로고였다. 80년 전 영화 한 편에 들어간 노래가, 지금 내가 보는 모든 워너 영화 앞에 똑같이 흐른다는 사실이 묘하게 다가온다.

다만 이 곡이 카사블랑카 없이도 이렇게 살아남았을지는 의문이 든다. 영화가 곡을 빌려 썼는데, 결국 곡이 영화보다 오래 남았다는 그 역전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다음에 워너 로고를 볼 때는, 그 여섯 마디가 어디서 왔는지 떠올릴 것 같다.

FAQ

Q. 카사블랑카에서 'As Time Goes By'를 부른 배우는 누구인가요?

A 샘 역을 맡은 배우 둘리 윌슨이 영화 속에서 직접 불렀다.

Q. 이 곡은 카사블랑카를 위해 작곡됐나요?

A 아니다. 1931년 브로드웨이 레뷰를 위해 먼저 만들어진 곡이다.

Q. 워너브라더스 로고 음악과는 무슨 관련이 있나요?

A 1999년부터 이 곡의 마지막 부분이 워너브라더스 로고 인트로에 쓰이고 있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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