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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비하인드

인어공주, 목소리 팔기 전 마지막 노래

by 핑계왕초 2026. 7. 19.

인어공주(1989) OST 'Part of Your World'는 앨런 멘켄이 작곡했다. 디즈니 경영진이 삭제를 검토했다가 살아남은 곡이다. 에리얼이 목소리를 잃기 직전 어두운 동굴에서 혼자 부른 그 3분이 이후 디즈니 황금기 'I want' 장면 전체의 원형이 됐다.

세 줄로 읽는 핵심

목소리 팔기 직전 3분이 디즈니를 바꾼 방법

에리얼은 이 노래를 부른 직후 목소리를 잃는다.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관객이 먼저 들어야, 그것을 내주는 행위의 무게가 생긴다. 이후 디즈니 황금기의 'I want' 장면들이 모두 이 구조를 따랐다.

경영진이 삭제하려 했던 노래가 살아남은 사연

제프리 카첸버그는 어린 관객이 발라드에 집중하지 못한다며 편집을 요구했다. 감독과 애니메이터, 하워드 애쉬먼이 함께 설득에 나서 살아남았다.

후보도 못 됐는데 35년을 불린 노래의 비밀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같은 영화의 Under the Sea가 수상했다. 그런데 35년 뒤 가장 많이 불린 노래는 Part of Your World였다.

참고한 기록들

  • • The Little Mermaid (1989), Walt Disney Pictures — 감독 Ron Clements·John Musker, 음악 Alan Menken, 작사 Howard Ashman
  • •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62nd Academy Awards — Best Original Score & Best Original Song(Under the Sea) 수상 (1990)
  • • Wikipedia — "Part of Your World" 항목 (en.wikipedia.org/wiki/Part_of_Your_World) — 발매 1989년 10월 13일, 녹음 1989년 8월 16일

인어공주 1989 Part of Your World 코펜하겐 안데르센 원작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

목차

Part of Your World는 왜 목소리를 잃기 직전에 불려야 했나

1990년대 초, 큰딸과 함께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온 테이프로 이 영화를 처음 봤다. 화질이 흐릿한 브라운관 TV였다. 동굴 장면이 시작되자 딸아이가 리모컨을 쥔 손으로 슬며시 볼륨을 높였다.

에리얼이 마녀 우르술라와 계약을 맺기 전, 딱 한 번 혼자 부르는 노래가 있다. 바다 밑 비밀 동굴에서, 인간 세계에서 끌어올린 물건들을 늘어놓고 부르는 「Part of Your World」. 한국에서는 「저곳으로」라는 제목으로 알려졌지만, 원제를 그대로 읽으면 '그대 세계의 일부'에 가깝다.

이 노래가 영화 전체에서 결정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에리얼은 이 노래를 부른 직후 목소리를 잃는다. 다시 말하면, 자기 목소리로 완전히 부를 수 있는 마지막 노래다. 하워드 애쉬먼은 이 장면을 'I want' 장면이라고 불렀다. 주인공이 처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백하는 순간. 관객은 그 고백을 귀로 들음으로써, 에리얼이 왜 그 소중한 것을 내주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노래가 먼저 없었다면 거래는 무익하다. 에리얼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관객이 직접 듣고 나서야, 그것을 내주는 행위의 무게가 생긴다. 사랑을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저당 잡히는 일이라는 이 영화의 핵심은, 사실 이 3분 16초 안에 이미 다 들어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이 노래는 제작 초기에 「Somewhere That's Dry」라는 임시 제목으로 불렸다. 건조한 육지를 동경하는 인어의 마음을 담은 이름이었는데, 완성본에서 「Part of Your World」로 바뀌면서 에리얼의 열망이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누군가의 세계'를 향한 것임이 분명해졌다.

어둠 속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목소리

몇 해 전, 조디 벤슨이 어둠 속에서 이 노래를 녹음하는 영상을 처음 봤다. 카페 문을 닫은 늦은 밤이었다. 노트북 화면 밝기를 낮추고 헤드폰을 낀 채 다시 들었더니, 알고 듣는 목소리의 결이 처음 들었을 때와 달라져 있었다.

에리얼의 목소리를 맡은 배우 조디 벤슨은 이 노래를 1989년 8월 16일에 녹음했다. 당시 스물일곱 살이었던 그는 특이한 조건 속에서 마이크 앞에 섰다. 조디 벤슨 본인이 스튜디오 조명을 어둡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바닷속에 갇혀 수면 위를 동경하는 에리얼의 감각을 스스로 목소리 안에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이상하리만큼 맑은 질감으로 나왔다. 밝고 맑되 어딘가 찔려 있는 것 같은 목소리. 비밀 동굴의 희미한 빛, 소라 껍데기와 인간 물건들이 흩어진 공간, 그 안에서 물결처럼 퍼지는 노래. 녹음실의 어둠이 화면의 어둠과 만났다. 조디 벤슨 본인은 녹음을 마친 뒤 다시 듣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브로드웨이 출신 완벽주의자로서 진동이 살아 있는 목소리로 정확히 부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었다. 그런데 그 불완전한 떨림이 에리얼의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했다.

이 장면은 한때 삭제될 뻔했다. 당시 디즈니 경영진 제프리 카첸버그가 어린 관객이 조용한 발라드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해 편집을 요구했다. 감독 론 클레먼츠와 존 머스커, 애니메이터 글렌 킨, 하워드 애쉬먼이 함께 설득에 나섰고, 이후 재시사에서 관객 반응이 좋자 노래는 살아남았다. 그 설득이 없었다면, 에리얼이 왜 목소리를 파는지 관객은 끝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 Part of Your World, Jodi Benson (The Little Mermaid OST, 1989)

앨런 멘켄과 하워드 애쉬먼 조합의 의미

가사를 한글 자막으로 처음 읽었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던 대목이 있다. 몇 해 뒤 원어 가사를 따로 찾아 읽으면서, 에리얼이 인간 세계의 사물들을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지 못하고 에둘러 말하는 대목에 밑줄을 그었다.

「인어공주」 OST는 앨런 멘켄이 작곡하고 하워드 애쉬먼이 작사했다. 둘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리틀 샵 오브 호러스(Little Shop of Horrors)」에서 먼저 호흡을 맞춘 콤비였다. 애쉬먼은 단순한 작사가가 아니었다. 제작 전반에 깊이 참여하면서, 뮤지컬 안에서 노래가 서사를 어떻게 밀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설계한 사람이었다.

「Part of Your World」의 가사 구조를 보면 그 정교함이 드러난다. "Look at this stuff, isn't it neat"로 시작해 에리얼이 수집한 인간 물건들을 나열하고, 점점 더 높은 열망으로 나아간다. 인어에게 낯선 인간 세계의 개념들을 '대체 이름'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가사 안에서 두 세계 사이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갖고 싶은 것을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지 못하는 에리얼의 상황이 가사의 구조 자체에 새겨져 있다.

그전까지 디즈니 주제가들이 이야기 바깥에서 배경처럼 흘렀다면, 이 노래는 이야기 안에서 등장인물의 욕망을 직접 드러냈다. 이후 「미녀와 야수」, 「알라딘」으로 이어진 디즈니 황금기의 'I want' 장면들은 이 노래를 원형으로 삼았다. 「인어공주」 OST는 제62회 아카데미 시상식(1990)에서 작품음악상과 주제가상(「Under the Sea」)을 동시에 가져갔다. 정작 「Part of Your World」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가장 영화의 핵심을 담은 노래가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것은, 목소리를 팔고도 말을 못 하게 된 에리얼의 처지와 묘하게 겹친다.

목소리를 걸었던 자의 노래가 35년 뒤에도 들리는 이유

하워드 애쉬먼은 1991년 3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에이즈 합병증이었다. 「미녀와 야수」가 개봉하기도 전이었다. 「Part of Your World」는 그가 세상에 남기고 간 노래 중 하나다.

2023년, 실사 영화에서 할리 베일리가 이 노래를 다시 불렀을 때 조디 벤슨이 시사회 레드카펫에 직접 나타나 두 손을 잡아주었다. 그 장면을 담은 영상을 카페 마감 후 헤드폰을 끼고 다시 봤다. 두 에리얼이 만난 그 장면에서 누군가 울었다. 어느 쪽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화면을 보던 내 눈시울도 함께 뜨거워졌다는 것만 안다.

이 노래가 오래 남는 이유는 따로 없다. 에리얼이 목소리를 팔기 전에 불렀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있을 때 온 힘을 다해 부른 노래는, 잃은 뒤에도 어딘가에 남아 있다. 사랑이 어리석은 일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에리얼은 알면서도 달려갔고, 노래는 그 달려가기 전에 남겨두고 간 것이었다.

핑계왕초

영화음악과 OST에 새겨진 시간을 기록합니다. 두 에리얼이 손을 잡은 그 장면 영상을 보고 잠시 화면 앞에 멈췄습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년 7월 19일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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