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OST는 이재진 음악감독이 작곡했다. 사형수 윤수와 대학교수 유정이 매주 목요일 면회실에서 나누는 세 시간에 쇼팽의 이별곡과 오리지널 메인 테마가 교차하며 흐른다. 26개 트랙 전부를 연주곡으로만 채워 흔한 가요를 배제한 이유를 짚어본다.
쇼팽의 이별곡이 두 번 다른 이별로 흐른다
윤수의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는 오프닝과, 유정이 그의 얼굴을 그리다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 같은 곡이 다시 쓰인다.
26개 트랙 전부가 연주곡으로만 채워졌다
흔한 멜로 영화의 가요를 배제하고 클래식과 오리지널 스코어만으로 상업성과 거리를 뒀다.
한 마디 말이 20년째 곡과 함께 떠오른다
"나는 죽겠지만, 아주 망한 건 아니죠"라는 대사는 메인 테마의 선율과 함께 지금도 소환된다.
참고한 기록들
- 뉴스와이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OST 화제! 영화의 감동을 다시 느낀다」(2006.9.20)
- 멜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OST」 앨범 정보(발매일 2006.9.12)
- 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5, 원작 소설)

목요일 오전, 면회실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을 그린 장면 (Google Gemini AI 생성 이미지)
이재진 메인 테마, 쇼팽과 베토벤이 채운 면회실
이재진 음악감독은 버클리 음대에서 영화음악을 전공하고 '박하사탕', '파이란', '오아시스', '역도산' 등의 음악을 맡아온 작곡가다. 송해성 감독과는 '파이란' 이후 세 번째 협업이다. 이 영화의 OST는 26개 트랙 전부를 연주곡으로만 구성했다. 흔히 멜로 영화에서 나오는 가요를 배제하고 상업성과 거리를 뒀다.
| 곡 | 삽입 장면 | 기능 |
|---|---|---|
| 쇼팽, 이별곡 | 오프닝 시퀀스 / 유정이 윤수 얼굴을 그리는 장면 | 같은 곡으로 서로 다른 이별을 예고·회수 |
| 베토벤, 월광소나타 | 유정의 어린 시절 회상 | 상처의 기원을 악보로 대신함 |
| 이재진, Main Theme | 면회실 장면 / 엔딩 클라이맥스 | 피아노 위에 오케스트라를 얹어 감정의 정점을 담당 |
표 1.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OST 핵심 삽입곡 3곡
쇼팽의 곡이 두 번 다른 이별로 쓰이지 않았다면, 오프닝의 불안과 중반부의 눈물은 서로 다른 정서로 흩어졌을 것이다. 같은 선율을 두 번 배치함으로써 감독은 두 장면이 결국 같은 상실을 향해 있다는 것을 말 없이 알렸다. 이재진은 이 음악에 대해 두 주인공의 상처와 서로 끌리는 관계, 결국 용서와 화해에 이르는 과정이 음악과 닮아있다고 밝혔다. 음악이 영화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영화를 닮아가게 만든 셈이다.
극장에서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대사가 먼저 들렸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는 대사보다 피아노 선율이 먼저 귀에 들어왔다. 같은 장면인데 붙잡히는 지점이 달라져 있었다.
26개 트랙이 가요를 버린 이유, 목요일의 세 시간
공지영의 소설(2005)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세 번 자살을 시도한 대학교수 유정(이나영)과 사형수 윤수(강동원)가 매주 목요일 면회실에서 만나는 이야기다. 흔한 한국 멜로라면 이쯤에서 감정을 밀어붙이는 발라드 한 곡이 등장했을 자리다.
이재진은 그 자리에 가요 대신 26개 전곡 연주곡을 채웠다. 사형수와 자살 시도자의 이야기에 익숙한 대중가요를 얹으면, 고통은 순식간에 소비 가능한 슬픔으로 바뀐다. 목소리가 빠진 피아노와 현악만으로는 그런 지름길이 없다. 관객은 가사가 지시하는 감정을 따라가는 대신, 스스로 그 침묵의 무게를 채워야 한다.
다른 감독이 이 소설을 멜로로 찍었다면, 그 자리에는 발라드 한 곡이 놓였을 것이다. 송해성 감독과 이재진이 가요를 들어내기로 한 순간, 면회실은 로맨스의 배경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각자의 죄와 상처를 마주하는 자리로 남았다. 윤여정이 유정의 수녀 이모 역으로 출연해 두 사람의 만남을 잇는 역할을 맡았다.
카페에서 이 영화 이야기가 나오면, 손님들은 대사보다 그 정적을 먼저 떠올린다. 노래였다면 그렇게 오래 남지 않았을 정적이다.
그 말이 20년을 건너온 흔적
이 영화는 2006년 개봉 당시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냈다. 공지영은 이 소설을 쓰면서 실제 사형수들과 교류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사형제도를 직접 논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목요일을 따라가면서 관객이 스스로 묻게 만든다. 강동원은 이 영화로 제4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나는 죽겠지만, 아주 망한 건 아니죠'라는 대사를 해맑은 표정으로 뱉는 순간, 그 해맑음이 오히려 더 아프게 남았다. 세상에서 버려진 사람이 일주일 중 세 시간만을 기다리며 산다는 사실을, 그 대사 한 줄이 설명 없이 전달한다.
카페에서 오래된 영화 이야기가 나올 때면 이 대사를 먼저 꺼내는 손님들이 있다. 곡 제목은 몰라도 그 장면의 피아노는 다들 기억한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말과 메인 테마는 함께 떠오른다.
쇼팽의 이별곡이 흐르던 그 면회실은 다시 볼 때마다 이전과 다른 자리에서 마음을 붙든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이야기였던 것이 지금은 살아있다는 것 자체의 무게로 다가온다.
원곡 음원은 2006년 스플래쉬뮤직에서 발매된 OST 앨범에 실려 있으며, 별도의 스트리밍 공식 배급은 확인되지 않는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OST Main Theme'로 검색하면 피아노 선율을 다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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