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이 헛도는 소리 사이로 우쿨렐레 현이 먼저 울렸다. 1969년 <내일을 향해 쏴라> 자전거 장면의 곡은 버트 배커랙의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다. 20세기 폭스는 위험하다 봤지만, 제42회 아카데미에서 주제가상과 음악상을 함께 가져갔다.
세 줄로 페달을 밟으면
위험하다던 노래가 오스카 두 개를 쥐었다
20세기 폭스 이사회는 이 곡의 삽입이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봤다. 로버트 레드포드조차 처음엔 탐탁지 않아 했다. 그러나 이 곡은 제42회 아카데미에서 주제가상과 음악상을 함께 가져갔다.
원래 그 자리엔 다른 노래가 있었다
조지 로이 힐 감독의 편집팀은 이 장면을 사이먼 앤 가펑클의 곡으로 먼저 가편집했다. 버트 배커랙은 그 리듬만 참고해 전혀 다른 곡을 새로 썼다. 우쿨렐레와 탁한 음색의 피아노로 홍키통크(honky-tonk, 선술집 피아노 특유의 거칠고 경쾌한 음색) 느낌을 설계했다.
다른 영화는 음을 지워 완성했다
이 영화가 없던 곡을 더해 위험을 감수했다면, 2026년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마이클 지아치노는 정반대를 택했다. 익숙한 테마에서 음을 일부러 뺐다. 더한 이야기와 뺀 이야기가 이렇게 나란히 남았다.
참고한 기록들
- Wikipedia,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 제작진·개봉일·박스오피스·수상 내역
- Wikipedia,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 — 싱글 발매·빌보드 차트 기록
- Britannica,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 작품 평가 및 아카데미 수상 정리

쨍한 대낮, 초원 길을 달려오는 자전거 그림자 하나
우쿨렐레로 시작된 이유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국민학교 5학년 여름, 동네 재개봉관 2층 자리였다. 총소리를 기다리던 자전거 장면에서 낯선 팝송이 흘러나오자, 옆자리 친구가 "이게 뭐야" 하고 웃었다. 그땐 그 웃음이 곡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웃음이 정답에 가장 가까웠다.
조지 로이 힐 감독은 이 작품을 전통 서부극으로 찍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이 영화는 현대적인 느낌으로 설계됐다"고 훗날 회고했다. 그래서 그는 1960년대 팝의 아이콘이던 버트 배커랙을 음악감독으로 불렀다. 웨스턴에 팝 작곡가라니, 당시로선 이례적인 조합이었다.
편집팀은 자전거 장면을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59th Street Bridge Song (Feelin' Groovy)'으로 먼저 가편집했다. 배커랙에게 넘겨준 건 그 템포와 무드뿐이었다. 배커랙은 자신의 자서전 <Anyone Who Had a Heart>에서 "머릿속에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라는 구절이 계속 맴돌았다"고 썼다. 우쿨렐레로 시작해 탁한 음색의 피아노로 이어지는 편곡은 그렇게 완성됐다.
자전거 위에서 멈춘 대사
"미래를 소개하지." 부치(폴 뉴먼)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자전거에 올라 에타(캐서린 로스)를 태운다. 그다음부터 대사는 없다. 카메라는 두 사람이 마당을 오가는 모습만 따라간다. 대사가 빠진 자리를 채운 건 온전히 노래다. 이런 인터루드(interlude, 본편 서사 흐름 사이에 삽입되는 독립적인 장면)는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단 세 번뿐이다.
스턴트맨이 자전거를 타지 못하자, 폴 뉴먼이 직접 페달을 밟았다. 뒤로 넘어져 울타리에 부딪히는 장면만 촬영감독 콘래드 홀이 대역을 섰다. 정작 캐서린 로스는 이 장면 촬영을 가장 좋아했다고 나중에 밝혔다. 조지 로이 힐이 아니라 세컨드 유닛이 찍었기 때문이다.
스무 살 무렵 다시 봤을 땐 이 장면이 그냥 로맨틱한 삽입곡으로 들렸다. 총과 도주로 가득한 영화 한복판에, 세 사람이 볕 좋은 마당에서 자전거를 타는 3분. 지금 다시 들으면 다르다. 이건 두 남자의 우정 사이에 슬쩍 끼어든, 짧고 평범한 하루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 B.J. Thomas,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1969)
서부극 관습과 어긋난 소리
그 시절 서부극 음악이라면 관악과 현악이 넓은 황야를 웅장하게 그려주는 게 정석이었다. 이 영화는 그 정석을 따르지 않는다. 배커랙은 26분 분량의 곡을 썼지만, 실제로 쓰인 건 12분뿐이었다. 대화가 오가는 장면엔 음악을 아예 넣지 않는다는 게 감독의 원칙이었다. 소리 없는 침묵이 훨씬 길다.
그래서 노래가 등장하는 세 장면은 유독 도드라진다. 자전거 장면, 뉴욕으로 향하는 세피아 톤 몽타주(montage, 여러 장면을 이어 붙여 하나의 의미나 흐름을 만드는 편집 기법), 볼리비아행 배 위의 'South American Getaway'. 극 중 인물은 듣지 못하고 관객만 듣는 논다이제틱(nondiegetic) 음악이라는 점도 같다. 셋 다 총성이 아니라 침묵을 채운다.
개봉 당시 반응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뉴욕타임스는 "영화가 성공하지 못해도 배우들은 성공했다"는 식으로 미적지근하게 썼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훗날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비도 안 오는데 이 노래라니, 당시엔 멍청한 선택 같았다. 내가 얼마나 틀렸는지"라고 돌아봤다. LP로 처음 들었을 땐 나 역시 이 곡이 영화와 겉돈다고 생각했다. 카세트로 늘어질 만큼 다시 듣고 나서야, 이 어긋남 자체가 이 영화의 태도라는 걸 알았다.
반세기 넘게 남은 이유
이 곡은 1970년 1월 빌보드 핫100에서 4주 연속 1위에 올랐다. 1970년대 첫 미국 1위 곡이라는 기록도 이 곡의 것이다. 정작 시상식 무대에선 노래를 부른 B.J. 토마스의 이름이 빠졌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은 가수가 아니라 작곡·작사가에게 돌아가는 상이기 때문이다.
| 부문 | 결과 |
|---|---|
| 주제가상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 | 수상 |
| 음악상 (오리지널 스코어) | 수상 |
| 촬영상 / 각본상 | 수상 |
| 작품상 / 감독상 / 음향상 | 후보 |
제42회 아카데미 시상식 — 총 4개 부문 수상, 3개 부문 후보
2004년 <스파이더맨 2>가 이 곡을 다시 꺼내 썼을 때, 극장에서 그 전주를 듣자마자 자전거 장면이 먼저 떠올랐다. 슈퍼히어로 영화와 옛날 서부극 사이에 이 노래 말고 무슨 접점이 있었을까 싶었는데, 두 영화 모두 "짐을 내려놓는 순간"에 이 곡을 썼다는 공통점이 뒤늦게 보였다. 이 곡은 지금도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고, 영화는 미국 국립영화보존소에 보존돼 있다. 위험하다던 선택 하나가, 반세기 넘게 살아남았다.
더한 이야기, 뺀 이야기
스튜디오가 위험하다며 반대한 노래가 결국 오스카를 쥔 이야기가 있다면, 정반대로 있던 음을 일부러 지워 오히려 완성한 이야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