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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영화 음악

내일을 향해 쏴라 OST, 미움받은 이유

by 핑계왕초 2026. 8. 21.

페달이 헛도는 소리 사이로 우쿨렐레 현이 먼저 울렸다. 1969년 <내일을 향해 쏴라> 자전거 장면의 곡은 버트 배커랙의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다. 20세기 폭스는 위험하다 봤지만, 제42회 아카데미에서 주제가상과 음악상을 함께 가져갔다.

세 줄로 페달을 밟으면

위험하다던 노래가 오스카 두 개를 쥐었다

20세기 폭스 이사회는 이 곡의 삽입이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봤다. 로버트 레드포드조차 처음엔 탐탁지 않아 했다. 그러나 이 곡은 제42회 아카데미에서 주제가상과 음악상을 함께 가져갔다.

원래 그 자리엔 다른 노래가 있었다

조지 로이 힐 감독의 편집팀은 이 장면을 사이먼 앤 가펑클의 곡으로 먼저 가편집했다. 버트 배커랙은 그 리듬만 참고해 전혀 다른 곡을 새로 썼다. 우쿨렐레와 탁한 음색의 피아노로 홍키통크(honky-tonk, 선술집 피아노 특유의 거칠고 경쾌한 음색) 느낌을 설계했다.

다른 영화는 음을 지워 완성했다

이 영화가 없던 곡을 더해 위험을 감수했다면, 2026년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마이클 지아치노는 정반대를 택했다. 익숙한 테마에서 음을 일부러 뺐다. 더한 이야기와 뺀 이야기가 이렇게 나란히 남았다.

참고한 기록들

  • Wikipedia,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 제작진·개봉일·박스오피스·수상 내역
  • Wikipedia,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 — 싱글 발매·빌보드 차트 기록
  • Britannica,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 작품 평가 및 아카데미 수상 정리

내일을 향해 쏴라 1969년 영화 OST 버트 배커랙 자전거 타는 장면 실루엣 초원 대낮 이미지

쨍한 대낮, 초원 길을 달려오는 자전거 그림자 하나

우쿨렐레로 시작된 이유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국민학교 5학년 여름, 동네 재개봉관 2층 자리였다. 총소리를 기다리던 자전거 장면에서 낯선 팝송이 흘러나오자, 옆자리 친구가 "이게 뭐야" 하고 웃었다. 그땐 그 웃음이 곡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웃음이 정답에 가장 가까웠다.

조지 로이 힐 감독은 이 작품을 전통 서부극으로 찍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이 영화는 현대적인 느낌으로 설계됐다"고 훗날 회고했다. 그래서 그는 1960년대 팝의 아이콘이던 버트 배커랙을 음악감독으로 불렀다. 웨스턴에 팝 작곡가라니, 당시로선 이례적인 조합이었다.

편집팀은 자전거 장면을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59th Street Bridge Song (Feelin' Groovy)'으로 먼저 가편집했다. 배커랙에게 넘겨준 건 그 템포와 무드뿐이었다. 배커랙은 자신의 자서전 <Anyone Who Had a Heart>에서 "머릿속에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라는 구절이 계속 맴돌았다"고 썼다. 우쿨렐레로 시작해 탁한 음색의 피아노로 이어지는 편곡은 그렇게 완성됐다.

자전거 위에서 멈춘 대사

"미래를 소개하지." 부치(폴 뉴먼)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자전거에 올라 에타(캐서린 로스)를 태운다. 그다음부터 대사는 없다. 카메라는 두 사람이 마당을 오가는 모습만 따라간다. 대사가 빠진 자리를 채운 건 온전히 노래다. 이런 인터루드(interlude, 본편 서사 흐름 사이에 삽입되는 독립적인 장면)는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단 세 번뿐이다.

스턴트맨이 자전거를 타지 못하자, 폴 뉴먼이 직접 페달을 밟았다. 뒤로 넘어져 울타리에 부딪히는 장면만 촬영감독 콘래드 홀이 대역을 섰다. 정작 캐서린 로스는 이 장면 촬영을 가장 좋아했다고 나중에 밝혔다. 조지 로이 힐이 아니라 세컨드 유닛이 찍었기 때문이다.

스무 살 무렵 다시 봤을 땐 이 장면이 그냥 로맨틱한 삽입곡으로 들렸다. 총과 도주로 가득한 영화 한복판에, 세 사람이 볕 좋은 마당에서 자전거를 타는 3분. 지금 다시 들으면 다르다. 이건 두 남자의 우정 사이에 슬쩍 끼어든, 짧고 평범한 하루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 B.J. Thomas,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1969)

서부극 관습과 어긋난 소리

그 시절 서부극 음악이라면 관악과 현악이 넓은 황야를 웅장하게 그려주는 게 정석이었다. 이 영화는 그 정석을 따르지 않는다. 배커랙은 26분 분량의 곡을 썼지만, 실제로 쓰인 건 12분뿐이었다. 대화가 오가는 장면엔 음악을 아예 넣지 않는다는 게 감독의 원칙이었다. 소리 없는 침묵이 훨씬 길다.

그래서 노래가 등장하는 세 장면은 유독 도드라진다. 자전거 장면, 뉴욕으로 향하는 세피아 톤 몽타주(montage, 여러 장면을 이어 붙여 하나의 의미나 흐름을 만드는 편집 기법), 볼리비아행 배 위의 'South American Getaway'. 극 중 인물은 듣지 못하고 관객만 듣는 논다이제틱(nondiegetic) 음악이라는 점도 같다. 셋 다 총성이 아니라 침묵을 채운다.

개봉 당시 반응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뉴욕타임스는 "영화가 성공하지 못해도 배우들은 성공했다"는 식으로 미적지근하게 썼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훗날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비도 안 오는데 이 노래라니, 당시엔 멍청한 선택 같았다. 내가 얼마나 틀렸는지"라고 돌아봤다. LP로 처음 들었을 땐 나 역시 이 곡이 영화와 겉돈다고 생각했다. 카세트로 늘어질 만큼 다시 듣고 나서야, 이 어긋남 자체가 이 영화의 태도라는 걸 알았다.

반세기 넘게 남은 이유

이 곡은 1970년 1월 빌보드 핫100에서 4주 연속 1위에 올랐다. 1970년대 첫 미국 1위 곡이라는 기록도 이 곡의 것이다. 정작 시상식 무대에선 노래를 부른 B.J. 토마스의 이름이 빠졌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은 가수가 아니라 작곡·작사가에게 돌아가는 상이기 때문이다.

부문 결과
주제가상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 수상
음악상 (오리지널 스코어) 수상
촬영상 / 각본상 수상
작품상 / 감독상 / 음향상 후보

제42회 아카데미 시상식 — 총 4개 부문 수상, 3개 부문 후보

2004년 <스파이더맨 2>가 이 곡을 다시 꺼내 썼을 때, 극장에서 그 전주를 듣자마자 자전거 장면이 먼저 떠올랐다. 슈퍼히어로 영화와 옛날 서부극 사이에 이 노래 말고 무슨 접점이 있었을까 싶었는데, 두 영화 모두 "짐을 내려놓는 순간"에 이 곡을 썼다는 공통점이 뒤늦게 보였다. 이 곡은 지금도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고, 영화는 미국 국립영화보존소에 보존돼 있다. 위험하다던 선택 하나가, 반세기 넘게 살아남았다.

핑계왕초

영화음악과 OST에 새겨진 시간을 기록합니다. 재개봉관과 카세트로 옛 영화를 만나던 세대의 기억을 곁들입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08.21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더한 이야기, 뺀 이야기

스튜디오가 위험하다며 반대한 노래가 결국 오스카를 쥔 이야기가 있다면, 정반대로 있던 음을 일부러 지워 오히려 완성한 이야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