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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영화 음악

아마데우스 OST, 지휘자가 걸었던 조건 하나

by 핑계왕초 2026. 9. 8.

아마데우스(1984) OST에서 가장 오래 회자되는 5분은 레퀴엠이 아니다. 모차르트가 스물일곱 무렵 쓴 세레나데 10번, 열세 명의 관악 주자가 모여야 완성되는 그 곡의 3악장이다. 정작 이 곡의 정식 제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마데우스 1984 영화 모차르트 세레나데 악보와 촛불

촛불 아래 펼쳐진 옛 악보. 오늘 흐르는 곡은, 제목조차 낯설다.

목차
  1. 13명이 있어야 나는 소리, 세레나데 10번
  2. 살리에리가 듣는다, 신의 목소리를
  3. 음반엔 없던 전곡, 무대에만 있던 전곡
  4. 이름 없이 남은 5분

13명이 있어야 나는 소리, 세레나데 10번

아마데우스는 밀로시 포먼 감독이 피터 셰퍼의 희곡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F. 머리 에이브러햄이 궁정 작곡가 안토니오 살리에리를, 톰 헐스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연기했다. 1984년 개봉해 러닝타임 161분, 전 세계 흥행 9천만 달러를 넘겼고 제5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8개 부문을 가져갔다.

음악은 지휘자 네빌 마리너가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 함께 맡았다. 마리너는 평생 수백 장의 음반을 남겼지만, 정작 가장 많이 팔린 쪽은 이 영화음악 앨범이었다. 빌보드 클래식 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누적 650만 장 넘게 팔리며 골드 디스크를 열세 번 받았다. 클래식 지휘자로서의 이력 중 흥행 성적만 보면 이 영화음악이 정점에 있는 셈이다.

그 음반에 실린 곡 중 하나가 세레나데 10번 내림나장조, K.361이다. 오보에 둘, 클라리넷 둘, 바셋호른 둘, 호른 넷, 바순 둘에 콘트라베이스 하나까지 더해 총 열세 명이 있어야 소리가 난다. '그란 파르티타'라는 부제도 모차르트 자신이 붙인 이름이 아니다. 그가 남긴 자필 악보에 훗날 누군가 적어 넣은 글씨일 뿐이다. 정확한 작곡 시기와 위촉 목적은 지금도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고, 완전한 악보가 처음 출판된 것도 1803년, 빈에서였다.

살리에리가 듣는다, 신의 목소리를

장면의 배경은 잘츠부르크 대주교의 저택, 정식 연주회가 끝난 직후다. 모차르트의 극적인 등장은 놓쳤지만, 연주자들이 두고 간 총보만은 살리에리의 손에 남았다. 홀로 남은 그랜드 살롱에서 그는 악보를 눈으로 따라가며, 조금 전 스치듯 들었던 소리를 머릿속에서 다시 그려낸다.

살리에리는 그 순간을 이렇게 되짚는다. "그저 맥박처럼, 바순과 바셋호른이 웅웅거린다. 그 위로 갑자기, 오보에 하나가 솟아오른다." 뒤이어 클라리넷이 그 선율을 넘겨받아 전혀 다른 자리로 데려간다. 그는 그것을 신의 음성이라 부르며, 자신이 평생 궁정에서 다듬어온 화성이 갑자기 초라해지는 것을 느낀다. 물론 이 대사는 실제 살리에리의 기록이 아니라 극작가 피터 셰퍼가 써넣은 문장이다. 다만 곡의 진행을 악기 등장 순서 그대로 짚어내는 방식만큼은, 총보를 실제로 따라 읽은 듯 정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 Wind Ensemble, Sir Neville Marriner, 「Serenade in B flat, K.361 "Gran Partita": 3. Adagio」, Amadeus, 2000년 발매반)

음반엔 없던 전곡, 무대에만 있던 전곡

세레나데 10번은 전곡이 일곱 개 악장, 54분에 이른다. 편성이 크다 보니 무대에 온전히 올리는 일 자체가 드물다. 마리너와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관악 앙상블도 이 곡을 전곡 녹음하지 않았다. 사운드트랙 음반에는 영화 속에 흐른 3악장 아다지오 하나만 실렸다. 54분짜리 세레나데 가운데 5분 남짓한 대목이, 정작 영화를 통해 가장 널리 들린 부분이 됐다.

같은 5분을 리마스터반과 오래된 LP반으로 번갈아 들어본 적이 있다. 리마스터반에서는 바셋호른의 저음이 더 두텁게 잡히고, LP반에서는 오보에가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와 있었다. 지휘자도, 악보도, 악기 수도 같은데 판본에 따라 그 5분의 무게가 조금씩 달라진다. 열세 명이 한자리에 모여야 나는 소리라서, 녹음의 손을 한 번 더 타면 균형이 그만큼 더 예민하게 흔들리는 듯하다.

이름 없이 남은 5분

라디오에서 이 선율을 처음 들었을 땐 곡명도 몰랐다. 한참 뒤 영화 자막으로 제목을 확인하고서야, 그날 들었던 소리의 정체를 알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곡의 정식 제목을 따로 찾아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 자체로 이 장면이 만든 효과다.

살리에리는 영화 내내 무관의 궁정악장으로 남는다. 정작 그를 무너뜨린 5분짜리 선율도, 이름 없이 스쳐가는 쪽을 택했다. 소리가 이름보다 먼저 남는다는 점에서, 이 곡의 처지는 스크린 속 그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란 파르티타, 세 줄로

이름은 모차르트가 붙이지 않았다

'그란 파르티타'는 자필 악보에 훗날 다른 사람이 적어 넣은 별칭이며, 정식 제목은 세레나데 10번 내림나장조 K.361이다.

54분 중 남은 건 5분뿐이다

전곡은 일곱 개 악장에 이르지만, 사운드트랙 음반과 영화에는 3악장 아다지오 한 곡만 쓰였다.

열세 명이 모여야 완성되는 편성이다

오보에 둘, 클라리넷 둘, 바셋호른 둘, 호른 넷, 바순 둘에 콘트라베이스 하나, 이 조합이 갖춰져야 곡이 완성된다.

참고한 기록들

  • Wikipedia, 「Amadeus (1984 film)」
  • Wikipedia, 「Serenade No. 10 (Mozart)」
  •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asmf.org), 「Amadeus Soundtrack」 녹음 기록

핑계왕초

영화음악과 OST에 새겨진 시간을 기록합니다. 이름 없이 스쳐가는 선율이 장면 하나를 통째로 떠받치는 경우를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년 9월 8일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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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이 흐르는 악기 하나가 영화 전체를 떠받치는 경우, 이 영화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