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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장면 음악

위커 맨: 파이널 컷, 되찾은 젠틀리 자니

by 핑계왕초 2026. 8. 30.

위커 맨: 파이널 컷을 다시 꺼낸 건 낡은 VHS 테이프 때문이다. 작곡가 폴 지오바니가 카메라 앞에서 직접 부른 젠틀리 자니는 원판에서 통째로 잘렸다가, 2013년 하버드 필름보관소에서 찾은 필름 덕분에 되살아났다. 국내에는 53년 만에 올여름 처음 극장 개봉이 이뤄졌다.

위커 맨 파이널 컷 2013 젠틀리 자니 폴 지오바니 짚 인형 장면

위커 맨의 짚 인형과 불빛을 모티프로 새로 그린 이미지 — 실제 영화 장면이 아님

목차
  1. 카메라 앞에서 직접 노래한 작곡가
  2. 젠틀리 자니가 통째로 잘려나간 사정
  3. 고속도로 전설과 하버드에서 나온 필름

카메라 앞에서 직접 노래한 작곡가

폴 지오바니는 이 영화의 작곡가이면서 동시에 화면 안에 등장한다. 젠틀리 자니 장면에서 통기타를 메고 직접 노래를 부르는 남자가 바로 그다. 원래 팀 이름은 로드스톤이었는데, 이미 같은 이름을 쓰는 밴드가 있어서 개봉 무렵 매그넷으로 바뀌었다.

이 사실을 알고 다시 보면 그 장면이 다르게 읽힌다. 배우가 립싱크를 하는 게 아니라 작곡가 본인이 자기 곡을 직접 부르고 있다는 걸 알아채는 순간, 화면 속 목소리와 기타 줄을 짚는 손가락이 갑자기 하나의 사람으로 겹쳐 보인다.

이 곡을 포함해 사운드트랙 전체의 뼈대를 잡은 사람은 작곡가가 아니라 각본가 앤서니 셰이퍼였다. 셰이퍼는 민요 채집가 세실 샤프가 정리해 둔 잉글랜드·스코틀랜드 구전 민요집을 자료로 삼아 어느 장면에 어떤 곡을 넣을지 먼저 정한 뒤 지오바니에게 넘겼다. '콘 릭스'처럼 지은이가 분명한 곡은 예외였다 — 가사는 18세기 시인 로버트 번스의 시에서 그대로 가져왔지만, 곡조는 번스의 원곡과 무관하게 지오바니가 새로 썼다. 반면 젠틀리 자니처럼 지은이를 알 수 없는 곡들은 애초에 샤프의 채집 목록 쪽에 속한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 Paul Giovanni & Magnet, '젠틀리 자니' (The Wicker Man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1973)

젠틀리 자니가 통째로 잘려나간 사정

극장에서 상영된 87분짜리 판본에는 젠틀리 자니가 아예 없다. 1973년 영국 개봉을 앞두고 당시 브리티시 라이언 대표였던 마이클 딜리가 상영 시간을 줄이라고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크리스토퍼 리가 여관 주인 딸 윌로우의 창문 아래에서 시를 읊는 장면과 함께 이 노래 시퀀스가 통째로 들어내졌다.

처음 그 영화를 봤을 때는 그걸 몰랐다. 낡은 VHS 테이프를 빌려 보면서, 여관 장면 중간이 유난히 밋밋하게 넘어간다고만 느꼈다. 나중에 완전한 판본이 따로 있다는 걸 알고 나서야, 그 자리가 원래는 3분 가까운 노래 한 곡이 통째로 들어있던 자리였다는 걸 알았다.

잘려나간 자리는 티가 나지 않는다. 편집이 매끄러웠다는 뜻이 아니라, 없어진 것 자체를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고속도로 전설과 하버드에서 나온 필름

이 영화의 네거티브가 사라진 경위에는 도시 전설이 따라붙는다. 감독 알렉스 콕스는 1988년 BBC '무비드롬' 코너 소개말에서 "네거티브가 M4 고속도로를 떠받치는 교각 속으로 들어갔다"고 말했고, 이 표현이 그대로 굳어져 지금도 반복된다. 다만 실제 필름 수색사는 좀 더 복잡하다.

상영 시간을 줄이기 전, 미국 배급 방식을 자문하기 위해 99분짜리 완성본 한 벌이 프로듀서 로저 코먼에게 보내졌다. 코먼은 미국 배급권을 사지는 않았지만 받았던 사본은 그대로 갖고 있었다. 하디 감독은 한참 뒤에야 이 사실을 떠올렸고, 이 사본을 바탕으로 1979년 96분짜리 재편집판이 만들어졌다 — 흔히 알려진 2013년 하버드 발굴보다 34년 앞선 첫 번째 복원이었다.

2013년 하버드 필름보관소에서 나온 건 이 1979년판의 35mm 상영용 프린트였다. 필름 연구자들은 오리지널 장편(롱 버전)과 87분 극장판(쇼트 버전) 사이에 낀 이 판본을 '미들 버전'이라 부른다. 로빈 하디는 이 프린트를 확인한 뒤 자신이 의도했던 이야기 순서가 그대로 살아있다고 밝혔고, 이 판본에 91분짜리 파이널 컷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중앙시장 골목 안쪽의 오래된 레코드 가게에서 이 사운드트랙 재발매반을 우연히 발견한 적이 있다. 그때는 이 영화에 이렇게 여러 판본이 존재하는 줄 몰랐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파이널 컷부터 보는 편이 낫다. 젠틀리 자니를 비롯해 잘려나갔던 장면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와 있어서,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다르게 읽힌다. 다만 어릴 때 87분판을 이미 본 기억이 있다면, 그 밋밋했던 침묵의 구간이 사실은 무엇이었는지 확인하는 재미로 다시 볼 만하다.

필름이 다시 돌아와도, 그 여관 창문 아래에서 잘려나갔던 3분은 아직 완전히 메워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기분이다.

세 줄로 읽는 핵심

이 곡은 작곡가가 아니라 각본가가 골랐다

각본가 앤서니 셰이퍼가 민요 채집가 세실 샤프의 구전 민요집을 바탕으로 장면별 곡을 먼저 정하고, 작곡가 폴 지오바니에게 넘겼다. 젠틀리 자니는 이 채집 목록에 속한 지은이 미상의 곡이다.

젠틀리 자니는 1973년 영국 개봉판에서 통째로 삭제됐다

브리티시 라이언 대표 마이클 딜리가 상영 시간을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크리스토퍼 리가 윌로우의 창문 아래에서 시를 읊는 장면과 함께 이 노래 시퀀스 전체가 들어내졌다. 87분짜리 판본에는 이 곡이 아예 없다.

로저 코먼이 보관하던 사본이 91분 파이널 컷의 뿌리다

1979년, 프로듀서 로저 코먼이 갖고 있던 99분짜리 사본을 바탕으로 96분판이 만들어졌다. 2013년 하버드에서 나온 건 이 1979년판의 35mm 프린트('미들 버전')였고, 로빈 하디가 확인한 뒤 91분짜리 파이널 컷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참고한 기록들

  • Wikipedia(영문) — The Wicker Man (soundtrack) 및 The Wicker Man 본문 항목, 세실 샤프·로버트 번스 관련 작곡 경위 및 1973~2013년 복원판 연혁 확인
  • IMDb — 로빈 하디 감독 인터뷰 기사, 하버드 필름보관소 프린트 발견 경위 확인
  • 벅스 — The Wicker Man OST 음반 크레딧 및 발매 정보 확인

핑계왕초

포크 호러와 컬트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즐겨 듣습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08.30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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