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1968) OST A Time for Us는 니노 로타가 하나의 선율만으로 완성한 곡이다. 실제 10대 배우로 채운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영화에서, 발코니 장면부터 결말까지 같은 멜로디가 다른 감정으로 흐른다. 그 선율이 어떻게 완성됐는지 살펴본다.
하나의 선율이 세 가지 감정으로 바뀐다
처음엔 설렘, 중반엔 간절함, 마지막엔 체념으로 같은 멜로디가 다르게 들린다.
현악기 화성이 설렘에서 체념으로 흐른다
주선율은 단순한데, 현악기가 그 선율을 받아 반복할 때마다 화성이 조금씩 달라진다.
헨리 맨시니가 이 선율에 감동해 편곡했다
다른 영화음악 작곡가의 마음까지 움직였다는 사실이 이 곡의 보편성을 증명한다.
참고한 기록들
- Wikipedia, 「Romeo and Juliet (1968 film)」
- Wikipedia, 「A Time for Us」
- IMDb, 「Romeo and Juliet (1968) - Awards」

16세기 베로나의 달빛 발코니를 그린 장면 (Google Gemini AI 생성 이미지)
니노 로타가 하나의 선율만 쓰기로 한 이유
니노 로타는 이 영화 전체에 하나의 선율만 쓰기로 했다. What Is a Youth(OST 수록 제목)와 A Time for Us(싱글 발매 제목)는 같은 멜로디의 두 이름이다. 영화 안에서 이 선율은 가면무도회 장면에서 처음 등장한다. 류트 반주에 맞춰 젊은 가수가 부르는 이 노래가 흐르는 동안, 두 사람이 처음 눈이 마주치는 그 장면에서 음악이 먼저 움직인다.
현악기 편성이 이 곡의 핵심이다. 주선율은 단순하다. 그런데 현악기가 그 선율을 받아 반복할 때마다 화성이 조금씩 달라진다. 같은 멜로디가 다른 감정으로 들린다. 처음에는 설렘이고, 중반에는 간절함이며, 마지막에는 체념이다. 감독 제피렐리는 이 선율을 발코니 장면과 결말 장면, 그리고 영화 전체 엔딩에 반복 배치함으로써 단순한 삽입곡이 아닌 영화의 골격으로 만들었다.
멜로디를 장면마다 새로 썼다면, 관객은 매번 새로운 정서에 적응해야 했을 것이다. 하나의 선율을 반복하고 화성만 바꾸는 선택 덕분에, 관객의 귀는 이미 익숙해진 멜로디 위에서 감정의 변화만을 온전히 느끼게 된다. 헨리 맨시니는 이 멜로디에 감동을 받아 스스로 편곡해 싱글 레코드를 냈다. 니노 로타는 이 작품 외에도 대부 시리즈의 음악을 담당했으며, 대부 2로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수상했다.
1968년 베로나, 실제 또래 배우가 만든 첫사랑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16세기 이탈리아 베로나를 배경으로 한다. 서로 원수지간인 몬태규 가문의 로미오와 캐퓰릿 가문의 줄리엣이 가면무도회에서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발코니에서의 밀약, 비밀 결혼, 추방, 가짜 죽음, 그리고 진짜 죽음이 이어진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춘향과 몽룡 이야기와 닮았다.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책을 읽어보지 않았어도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엔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랑이란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생각하게 됐다. 살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놀랍고 특별한 일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어쩌면 이 사랑의 욕망은 인간을 아름답게 하기도 하지만 파멸로 이끌기도 한다.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1968년 영화는 원작 희곡 등장인물의 나이와 비슷한 배우들을 캐스팅한 최초의 각색이었기에 10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줄리엣 역 올리비아 핫세는 촬영 당시 15세였고, 로미오 역 레너드 화이팅은 17세였다. 기존 셰익스피어 영화들이 중장년 배우를 10대 역에 캐스팅하던 관행을 깼다.
중장년 배우를 그대로 캐스팅했다면, 니노 로타의 선율은 그저 배경음악으로 남았을 것이다. 화면 위의 얼굴이 실제로 그 나이였기 때문에, 음악이 담은 설렘과 간절함이 연기가 아니라 실제 감정처럼 들렸다. 85만 달러의 예산으로 약 3,890만 달러를 벌어들인 이 영화는 당시 청소년 관객을 대거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아카데미 2관왕부터 웨딩홀까지 남은 흔적
이 영화는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감독상을 포함한 후보에 올라 최우수 촬영상과 최우수 의상 디자인상 2개를 수상했다. 셰익스피어 원작 영화로는 지금까지도 마지막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지명된 작품이다. 올리비아 핫세와 레너드 화이팅은 골든 글로브 신인상을 함께 받았다.
시상보다 더 오래 남은 것은 음악이다. A Time for Us는 지금도 전 세계 웨딩 연주 레퍼토리에서 가장 많이 선택되는 곡 중 하나다.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의 주제가가 결혼식장을 채우는 역설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다. 이 선율 안에는 사랑의 모든 감정이 들어있다. 설렘, 간절함, 두려움, 영원에 대한 소망.
니노 로타는 셰익스피어의 언어를 악보로 옮긴 작곡가였다. 말이 닿지 않는 감정을 현악기 한 줄로 표현했다. 그것이 6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이 선율이 계속 재생되는 이유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Nino Rota, The City of Prague Philharmonic Orchestra, 「Love Theme (From Romeo and Jul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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