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더스의 개 OST '아베마리아'. 가난한 소년 넬로가 루벤스의 제단화 앞에 쓰러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 곡이 흐른다.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는 원래 종교곡이 아니었다. 세속 가곡이 어떻게 신앙의 자리로 옮겨왔고, 찬송가 하나가 죽음의 상징이 됐는지 살펴본다.
세 줄로 읽는 핵심
아베마리아가 원래 종교곡이 아니었던 이유
슈베르트는 1825년 세속 시에 곡을 붙였다. 가사 첫 머리가 성모 호칭으로 시작한 탓에 후대가 종교 의식에 가져다 쓰기 시작했다. 곡 자체보다 쓰임새가 의미를 결정했다.
두 곡이 죽음의 무게를 얻기까지의 과정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는 타이태닉 침몰 당시 악단이 마지막까지 연주했다는 전설로 죽음의 이미지를 입었다. 사실 여부는 아직 미확정이지만 그 전설이 곡을 바꿔놓았다.
주제가 하나가 30년을 건너 재활용된 방식
1992년 이오공감 리메이크, 2005년 이동통신사 광고 로고송. 한 세대의 기억이 상품 가치로 거래되는 추억 마케팅의 전형이다.
참고한 기록들
- • 플란더스의 개(1975), 닛폰 애니메이션 — 원작 위다(Ouida), 감독 시오야마 코세이
- • Wikipedia, "Ave Maria (Schubert)" 항목 (en.wikipedia.org) — 원곡 D.839 기록 및 종교화 과정 포함
- • Wikipedia, "Nearer, My God, to Thee" 항목 (en.wikipedia.org) — 타이태닉 연주설 역사 기록 포함

햇살이 스며드는 성당에서 기도하는 소녀 (Google Gemini AI 생성 이미지)
루벤스 그림 앞의 아베 마리아, 기도가 된 가곡
네로가 평생 보고 싶어 한 건 루벤스의 제단화 네 점이다. 성탄절 밤, 성당 문이 우연히 열리고 소년은 마침내 그림 앞에 선다. 이 순간 화면을 채우는 곡은 프란츠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정식 제목은 엘렌의 세 번째 노래다.
이 곡은 원래 종교곡이 아니다. 슈베르트가 1825년에 쓴 일곱 곡짜리 가곡집의 한 곡으로, 월터 스콧의 서사시 호수의 여인을 독일어로 옮겨 붙인 세속 가곡이었다. 가사 속 엘렌이라는 인물이 성모에게 올리는 기도가 원곡의 내용이다. 가사 첫머리가 성모 호칭으로 시작한 탓에, 19세기 후반부터 유럽 성당과 혼례·장례 자리에서 라틴어 가사로 바꿔 부르는 관행이 굳어졌다. 세속 가곡이 종교 의식의 정서를 흡수해 버린 셈이다.
흔히 아베 마리아로 불리는 명곡은 두 곡이다. 슈베르트의 이 곡과, 바흐의 건반곡에 구노가 멜로디를 덧붙인 또 다른 아베 마리아가 종종 혼동된다. 작품 속 장면은 슈베르트 쪽이며, 두 곡은 작곡 시기도 30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 결말 음악을 처음 제대로 들었을 때, 두 곡 다 종교곡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그 의외성이 이 글을 쓰게 만든 출발점이었다.
음원 출처: Spotify 공식 플레이어 — Schubert: Ave Maria, Op.52 No.6, D.839 / Barbara Bonney(소프라노)·Geoffrey Parsons(피아노)
내 주를 가까이, 찬송가가 된 죽음의 순간
소년이 천사를 따라 하늘로 오르는 마지막 장면에는 또 다른 곡이 흐른다. 새라 플라워 애덤스가 1841년에 쓴 찬송 시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 한국 찬송가집 338장으로도 실린 곡이다.
이 곡은 1912년 타이태닉호 침몰 당시 악단이 마지막까지 이 곡을 연주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죽음을 앞둔 인간의 곡으로 굳어졌다. 다만 이 일화는 지금도 사실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생존자들의 증언이 서로 달랐고, 정확히 어떤 곡이었는지는 역사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 전설은 곡 자체에 임종의 이미지를 단단히 덧씌워 버렸다. 작품은 정확히 죽음의 이미지를 가져온다. 소년의 죽음이라는 가장 무거운 장면에, 이미 죽음의 상징이 된 찬송가를 얹은 것이다. 동아시아 시청자 대다수는 가사도 그 배경도 모른 채 곡을 들었지만, 선율 자체의 정서만으로 작별의 무게는 충분히 전해졌다.
주제가 하나로 두 세대를 묶은 추억 마케팅
한국 방영판 주제가 먼동이 터오는 아침에는 일본 원곡과 별개로 한국에서 따로 작사·작곡된 곡이다. 이 작품은 1975년 TBC, 1981년 KBS1TV, 1988년 KBS2TV, 1994년과 2007년 EBS, 2017년 대원방송까지 거듭 재더빙되며 방영됐고, 그 과정에서 주제가도 판본마다 조금씩 달라졌다.
1992년 가수 이승환이 결성한 음악 유닛 이오공감이 같은 곡을 다시 불러 새 세대에게 전했다. 2005년에는 한 이동통신사가 후렴구를 광고 로고송으로 그대로 가져다 썼다. 원작 방영 30년 뒤에도 같은 멜로디가 소비된 셈이다. 다만 이오공감의 리메이크는 사전 협의 없이 가져다 쓴 탓에 표절 시비를 겪었고, 이후 저작권료를 지불하며 정리가 끝났다.
이 흐름은 추억 마케팅이라는 유행의 전형이다. 원곡 자체의 완성도보다, 그 멜로디가 불러내는 특정 세대의 기억이 상품 가치로 거래된다. 작은 만화 주제가 하나가 30년 넘게 한국 대중문화 안에서 거듭 재활용된 사례는, 음악이 시간을 건너 산업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 곡명 | 작곡 | 삽입 시점 | 비고 |
|---|---|---|---|
| 아베 마리아 | 슈베르트, 1825 | 마지막 회, 루벤스 제단화 장면 | 원곡은 세속 가곡, 라틴어 가사는 후대에 붙음 |
|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 | 새라 플라워 애덤스, 1841 | 마지막 회, 승천 장면 | 한국 찬송가 338장, 타이태닉 연주설은 미확정 |
| 먼동이 터오는 아침에 | 김용선 (한국 방영판) | 한국 방영판 오프닝 | 1992년 이오공감 리메이크, 2005년 광고 로고송 |
플란더스의 개 주요 수록곡 역할 정리
핑계왕초
영화음악과 OST에 새겨진 시간을 기록합니다. 결말 음악을 처음 제대로 들었을 때, 두 곡 다 종교곡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의외였습니다. 그 의외성이 이 글의 시작이었습니다. 본 글의 자료는 2026년 6월 22일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이 영화도 추천해요
시대를 건너 같은 멜로디가 살아남는 방식, 다른 방향으로 읽히는 영화가 있습니다.